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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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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인
밤새 수평선을 지킨 등대처럼
충혈된 눈알을 좌판 위에 깜박거리는
저 여자, 그 옛날 파도가 삼켜버린
남편이라도 건져 올렸을까
하루종일 염하듯 물을 끼얹다가
울컥, 하얀 포말을 토해낸다
게처럼 어시장을 어기적거리는 행인들
봄 햇살을 떨이하자 물간 생선
거적같은 비닐 봉지에 주워 담으며
구시렁, 구시렁 물고기 숨쉬듯
담배 연기 허공으로 말아 올리는 저 여자,
밀물지는 눈동자에 첫날 밤
꽃이불 같은 저녁 노을 붉게 퍼진다
닳아버린 지느러미 꼼지락거리며
반지하 어항 속으로 투숙한다는 저 여자,
비린내 흘리던 자리에 알을 스는 비늘들
귀갓길 저녁 별로 투두둑,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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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돌산 시인님, 이맘 때쯤이면 오동도 돌산 바닥은 온통 핏빛이겠지요<br />
물고기 여자에게서 떨어진 동백꽃잎보다 더 아린 삶의 비린내가 나내요<br />
저녁 별이 빛나는 까닭을 알았습니다<br />
좋은 시 한 편 잘 감상했습니다.<br />

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거친 삶의 파도를 헤엄치며 살다가 좁은 어항 속으로 돌아오는 여자.<br />
그래도 세상에는 꽃이불 같은 노을과 귀갓길 저녁 별이 있네요.<br />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해서 좋습니다.<br />
<br />

서동인님의 댓글
서동인 작성일
여수 오동도 비린내 머금은 동백도 이제, 질긴 목숨을 떨어뜨리고 있을 겁니다.<br />
밤기차 타고 달려가고 싶지만, 맘대로 갈 수 없는 서울 생활, 고향은 그리워할 수록 아름다운 곳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br />
허 시인님, 장 시인님, 행복한 봄날 만들어 가세요.

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동인이도 물고기 여자 같은 이 만나서 꽃이불 같은 거 깔고 덮고 알콩달콩 사는 거 봤으면 싶다. 시난고난한 생, 아, 박힌다.

안명옥님의 댓글
안명옥 작성일남자시인이 바라본 여자 물고기 여자라 그냥 바라본 느낌말고 자신이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