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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오래된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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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들어/ 나는 물소리
古池や蛙飛込む水の音(芭蕉1664-1694)
ふるいけや かわずとびこむ みずのおと
furu-ike-ya kawazu tobi-komu mizu-no-oto
Old pond / A frog leaps in / Water' sound ( William J. Higginson)
오래된 연못. 그곳에 돌연 개구리가 뛰어드는 소리가 나, 일순 적막함이 깨진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조용하다.
[참고] 와카에서는 개구리를 소리의 재제로 쓰고 있으나, 이 구에서는 개구리가 뛰어드는 물소리로 적막함을 표현했다. 한적유환(閑寂幽幻)을 바탕으로 한 바쇼風을 체현한 최초의 구로 알려짐. (古語辭典, 角川書店)
<감상>
조용한 숲 속, 오래된 연못
나는 말한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또, 비 온 후에 생긴 물웅덩이는 얼마 후 말라 없어진다. 연못의 영속성은 물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감으로써 유지된다. 고여 있는 것처럼 보여도 연못의 어딘가에서 물은 솟아나고, 어딘가로 물은 흘러나간다.
연못은 수면 아래에 물풀과 물고기같이 수많은 생명을 포용하고 있으며, 토끼와 같은 땅의 동물에게 생명 연장의 물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수륙양생의 개구리도 기꺼이 몸 안으로 받아들이며 '살아' 있다. 개구리는 죽어 가는 생명(연못)에는 몸을 던지지 않는다. 죽은 연못에서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자라서 알도 낳지 않았으리라.
'오래된(古)' 이라는 말은, 늙어 죽음에 가까운 적막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오래된 나무와도 같이, 그 '오래됨'의 저력, 번성, 질긴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한다. 입(口)이 열 개(十)나 있으니, 古는 번성의 뜻이 아닌가.
개구리가 뛰어들어 물소리를 냄으로써, 우리는 오래된 연못(古池)이 가진 생명의 힘을 문득 새삼스럽게 느낀다.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고 바람의 존재를 알게 되듯, 오래된 연못이 가진 생명의 드러남은 개구리의 뛰어듦으로 이루어진다. 연못이 주가 되고 개구리는 객이 된다. 북이 울리면, 북을 치는 사람이 우는 것이 아니듯, 개구리가 뛰어들어 물을 치면, 연못이 소리를 내는 것이다. '퐁' 소리는 개구리의 뛰어듦으로 인해 드러난, 연못이 크게 '숨 쉬는' 소리이다.
적막함 속에서는 그저 멍해지거나 졸기만 하는 사람에게, 생명의 힘이 바로 여기 있다고, 오래된 연못(古池)은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를 낸다.
내 말이 끝나고, 여운의 동심원도 사라지고,
이제 다시 적막(寂寞) 속으로
-------------------------------------
3월 합평회 발표작임.
이는 하이쿠 소개시 가장 먼저 배우는 대표적인 것입니다.
古池や蛙飛込む水の音(芭蕉1664-1694)
ふるいけや かわずとびこむ みずのおと
furu-ike-ya kawazu tobi-komu mizu-no-oto
Old pond / A frog leaps in / Water' sound ( William J. Higginson)
오래된 연못. 그곳에 돌연 개구리가 뛰어드는 소리가 나, 일순 적막함이 깨진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조용하다.
[참고] 와카에서는 개구리를 소리의 재제로 쓰고 있으나, 이 구에서는 개구리가 뛰어드는 물소리로 적막함을 표현했다. 한적유환(閑寂幽幻)을 바탕으로 한 바쇼風을 체현한 최초의 구로 알려짐. (古語辭典, 角川書店)
<감상>
조용한 숲 속, 오래된 연못
나는 말한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또, 비 온 후에 생긴 물웅덩이는 얼마 후 말라 없어진다. 연못의 영속성은 물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감으로써 유지된다. 고여 있는 것처럼 보여도 연못의 어딘가에서 물은 솟아나고, 어딘가로 물은 흘러나간다.
연못은 수면 아래에 물풀과 물고기같이 수많은 생명을 포용하고 있으며, 토끼와 같은 땅의 동물에게 생명 연장의 물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수륙양생의 개구리도 기꺼이 몸 안으로 받아들이며 '살아' 있다. 개구리는 죽어 가는 생명(연못)에는 몸을 던지지 않는다. 죽은 연못에서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자라서 알도 낳지 않았으리라.
'오래된(古)' 이라는 말은, 늙어 죽음에 가까운 적막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오래된 나무와도 같이, 그 '오래됨'의 저력, 번성, 질긴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한다. 입(口)이 열 개(十)나 있으니, 古는 번성의 뜻이 아닌가.
개구리가 뛰어들어 물소리를 냄으로써, 우리는 오래된 연못(古池)이 가진 생명의 힘을 문득 새삼스럽게 느낀다.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고 바람의 존재를 알게 되듯, 오래된 연못이 가진 생명의 드러남은 개구리의 뛰어듦으로 이루어진다. 연못이 주가 되고 개구리는 객이 된다. 북이 울리면, 북을 치는 사람이 우는 것이 아니듯, 개구리가 뛰어들어 물을 치면, 연못이 소리를 내는 것이다. '퐁' 소리는 개구리의 뛰어듦으로 인해 드러난, 연못이 크게 '숨 쉬는' 소리이다.
적막함 속에서는 그저 멍해지거나 졸기만 하는 사람에게, 생명의 힘이 바로 여기 있다고, 오래된 연못(古池)은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를 낸다.
내 말이 끝나고, 여운의 동심원도 사라지고,
이제 다시 적막(寂寞)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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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합평회 발표작임.
이는 하이쿠 소개시 가장 먼저 배우는 대표적인 것입니다.
추천3
댓글목록

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합평회 때 제대로 감상을 못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하이쿠의 매력이 느껴집니다.

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작성일
오래된 연못 /동심원/ 적막 <br />
이런 단어들이 마음에 와서 닿는<br />
하늘도 잔뜩 찌푸리고 있는 하루네요<br />
<br />
좋은 하이쿠 많이 들려 주세요

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읽으면서 공부하는 시간으로 삼을 게요.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시보다 감상문이 더 좋네요.<br />
잘 읽었습니다.

안명옥님의 댓글
안명옥 작성일
오래된 그 정막한 연못에 개구리가 찾아와 주었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요 벅적거리는 자식들마냥<br />
시골계신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다시 개구리가 떠나면 정적이 오지만 동심원은 그래서 그려지겠죠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선생님의 서재에서 제게는 생소한 일본의 문화를 좀 느껴 보았습니다. 가까이 계시다니 참 반갑고 겨웁습니다. 언제 뵙게 되면 넉넉하게 잔을 채워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