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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中央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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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의 한 가운데. 내가 아는 中央은 그게 전부다. 중앙박물관·중앙
선·중앙아시아·중앙처리장치·중앙통신·중앙방송국... 사람들이 中央으
로 모이듯 모든 변두리가 中央을 지향하듯 나도 中央에 대한 얼마간의
동경과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한때는 中央이 여인의 성기를 의미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한 여
인의 中央에 이르는 건 성지순례와도 같은 것, 8개의 산과 8개의 바다
를 건너 수미에 이르는 것이라고 믿었다. 나는 늘 성지를 생각하며 수
음을 했고 한 여인을 순례하기 위하여 분주했었다. 나를 中央에 이르게
해줘. 그러면 원하는 것을 주겠어. 그러나 여인은 나의 제의를 턱없어
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中央은 없어요. 中央은 허구렁일 뿐이에요.
뒤에 나는 포르노 잡지에서 한 여인이 가랑이를 벌리고 있는 사진을
보았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중앙은 그 곳에 없었다. 中央은 없다. 中
央은 허구렁일 뿐이다. 나는 여인의 말을 믿기로 했고, 중앙에 대한 동
경과 콤플렉스도 점차 시들해져 갔다. 뒤에 나는 中央이 입에 손가락
을 대거나(中), 입을 가리는 사람(央)이라는 말을 들었다. 좀 우습긴 하
지만, 말이야 늘 무성한 거 아닌가.
2.
나는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
中央이 있다. 그 곳에는 스스로 빛나는 눈이 있어
세상에 모든 감추어진 것을 드러낸다.
그게 얼마나 밝은지 빛을 마주 보고 아직 살아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 소문은 눈을 보기 직전 고개를 돌려
겨우 죽음을 면했다는 한 장님에 의해 퍼트려졌는데,
그가 시름시름 앓다 죽은 뒤에도
흉흉한 소문은 어디에서든 다시 떠돌아 다녔다.
한 노동자가 불온한 짓을 하다가 中央으로 끌려갔다.
한 학생이 유언비어를 퍼트리다 체포되었다.
첩자의 혐의를 쓴 대학교수가 고문 끝에 죽었다.
한 이방인이 중앙을 비방하다가 사살됐다......
그러한 소문은 모두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사람들은 이제 中央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하여
몹시 두려워했다. 누가 그렇게 말하는 것, 심지어
그런 말을 듣는 것조차 불경스러워 하며
몸서리 쳤다.
3.
언젠가 나는 텔레비전에서
中央에서 나왔다는 사람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아주 겸손하게 자신이 대변인일 뿐이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그가 中央이 틀림없다고 수근거렸다.
그는 부드럽지만,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결코 中央이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中央은 당신들 모두이다.
이 모든 힘은 당신들에게서 나온다.
그는 中央의 권능과 단호함에 대하여
中央의 자애로움에 대하여
中央이 하는 일과 드러난 효과에 대하여
알기 쉬운 비유를 들어가며 말했다.
사람들은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적으로 박수를 쳤다.
4.
中央에서 나온 사람들은 소문과는 달리
아주 부드럽고 예의바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늘 온화하게 웃었고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들이 다녀간 뒤에는 넉넉하게 떡과 술이 나누어졌다.
간혹 中央이 아주 무섭다거나 사람을 고문한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지만
그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불온한 소문을 퍼트린 사람은 즉시 中央에 밀고되었고
밀고자에게는 큰 상이 주어졌다.
中央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누구든 3자리 전화번호만 누르면
언제 어디서나 중앙을 만날 수 있었다.
5.
나는 中央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 곳이 어디인지 알 수는 없지만
떠도는 소문을 따라 무작정 길을 나섰다.
모든 길이 中央으로 나 있으니
길 잃을 염려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길에서 농부를 만났다.
내가 中央으로 가는 길을 묻자 농부는 경건하게 말했다.
우리는 中央 덕에 배고픔에서 벗어났소.
저 색색의 기와를 얹은 집을 보시오.
콘크리트로 잘 닦여진 마을길을 보시오.
中央의 은전이 미치지 않는 곳은 어디에도 없소.
하지만 농부는 中央으로 가는 길을 알지 못했다.
길에서 순례중인 사람을 만났다.
그는 경전을 높이 들고 말했다.
中央은 어디에든 있다. 너의 마음 속에
저 높은 곳과 지극히 낮은 곳에 있다.
염소똥 한 알에도 中央은 있다. 그러니
믿으라. 믿는 곳에 길이 있고
그 길을 따르면 中央을 만나리라.
길에서 사색중인 사람을 만났다.
그는 내 질문이 어리석다며 말했다.
中央은 아무 곳에도 없다. 없는 곳에 있다.
모든 형체 있는 것은 사라지며,
사라지는 건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中央도 사라질 것이며
사라질 것이므로 없는 것이다.
길에서 걸인을 만났다.
그는 몹시 귀찮아하며 말했다.
中央은 두려움 때문에 존재한다.
나는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게 없고
잃을 게 없으니 두려움도 없다.
두려움이 없으니 어찌 中央이 있겠는가.
길에서 유곽의 여자를 만났다.
그는 치마를 들추어 보이며 말했다.
가랑이 사이에 中央이 있다.
이 곳에서 모든 생명이 시작되니
나의 샘으로 목을 축이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으리라.
中央으로 가기를 원한다면 이리로 들라.
길에서 군인을 만났다.
그는 한 손에 당나귀 머리뼈를 들고 말했다.
강한 것에게서 단 것이 나오고
먹는 자의 입에서 먹을 것이 나온다.
강한 것과 먹는 자는 누구이며
단 것과 먹을 것은 무엇인가.
내가 답하지 못하자 그는 나를 저울에 달았다.
그대는 아직 심장의 무게가 부족하니, 돌아가라.
기일을 지켜 번제를 올리고
더 먼 길을 돌아 다시 이르라.
6.
오랜 고행 뒤에 나는 드디어 中央에 닿았다.
문을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中央이 이렇게 허술하다니, 나는 미심쩍어 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안에는 또 문이 있었다.
양파의 껍질처럼 그렇게 몇 겹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지막 문이 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나 그 곳은 문 밖이었다.
문 밖의 사람들은 나를 보면서 물었다.
지금 中央에서 오는 길인가요. 中央을 보았나요.
나는 그들에게 中央이 없다고 말했다.
허구렁일 뿐이라고...... 그러나
나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댓글목록

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시를 좀 꼼꼼히 읽고 댓글을 달려고 해서 늦었는데, 앞에 단 댓글이 없어져서 아쉽군요. 같이 회원으로 알게 되어서 반갑습니다.<br />
<br />
-시에 대한 느낌은 이렇습니다. 저도 좀 조심스럽습니다만, 다들 조심스럽기에 피해만 가니 용기를 내서 몇 자 적습니다. 주관적인 오류가 있더라도 그저 참고나 하시라는 의미에서 몇 자 적는 것이니 크게 개의치 마시기 바랍니다.<br />
-'의욕'(좀 실험적인 것까지 포함하여)이라는 것(물론 이 자체에는 좋은 시의 속성이 담겨있습니다)과 좋은 시 사이에는 일치와 더불어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중앙'에 대한 해석적 진술이 형식과 내용에서 파격적인(의도한 만킁의) 새로움이 제겐 덜 느껴지는군요. 그 압축이 넘버 '6.'에 있지않나 싶습니다.<br />
-시 잘 보았습니다. 5월 모임인 영주에는 오시는지요?<br />
-가뇽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오늘 보니, 제가 적었던 글도 없어졌더군요. 시스템 에러인듯. --- 지적해주신 말씀 정말 고맙습니다. 잘 살피고 제 살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꽤 오래 업무적인 레포트나 무거운 에세이(논문) 등의 산문만 쓰다보니 율문이 아주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많은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5월 영주모임에는 꼭 참석할 것입니다. 김승기 시인도 그렇지만, 평소 존경하던 권석창 선생님을 그곳에서 뵙기로 했거든요.

신광철님의 댓글
신광철 작성일
"나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br />
<br />
아니지요. <br />
님께서 <br />
탑을 허물고 <br />
마음 하나 세우셨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