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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처럼 나도 그 자리를 맴돌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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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만호
댓글 2건 조회 1,775회 작성일 04-05-1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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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처럼 나도 그 자리를 맴돌게다
글/김만호


7살 정도 였을까
토끼풀을 누이와 뜯으러 가던 오후는
거짓말처럼 강렬했으며 죽음처럼 황홀했다
소낙비 한차례 지나고
문득 비치는 태양 아래 지렁이 말라
비틀어지던, 살 타는 냄새 진동하던,
향기로우면서도 마약처럼
정신을 서툴게 하던,
누이가 비닐포대를 가득 메울 때 쯤,
빙빙 도는 잠자리 떼를 쫓다가
죽은 나무의 나이테를 세다가,
길을 잃곤 했다,
잠에 빠지곤 했다
길은 어둡고 가파랐지만
누이는 쉽게 엉엉 우는 날 찾아 내고는
울다가 웃으면, 놀리곤 했었다
30여년이 지나 아내와
동대문 지하철역을 지나면서 사 온
토끼는 예전에 키워서 잡아 먹던
토끼와는 무언가 달라 보였다
눈빛에 사연 같은 걸 담고 있는,
이별이 무언지 사랑이 무언지
마치 설명해 줄 것만 같은,
사람에게 척척 달라 붙는 것이
꼭 강아지 같은 녀석이
자꾸만 집 안에 들어오려 한다
여러 날을 고민하다가 강아지처럼
목에 끈을 매어 주었다
끈에 추를 달아 주었다
녀석은 끈의 실체를 탐색하고 있는 듯 하다  
나와 끈을 연거퍼 쳐다 본다,
끈의 무게는 녀석이 지금껏 느끼지 못한
억압과 갈등일게다
녀석은 발톱이 빠지도록 방바닥을 긁고 있다
녀석의 자리는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다
녀석의 길은 그 때처럼 뻔한 구석이 있다
내가 그런 토끼와 무엇이 다를까
하나하나 짚어 본다
나도 토끼처럼 앉은 채로 잠이 든다
소낙비가 또 한차례 쏟아질 것 같으다,
이제 지렁이 타는 냄새 진동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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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5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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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30여년 전의 이야기가 꼭 있어야 하는 필연성이 좀 약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좀 길어진 듯도 싶구여. <br />
-잘 지내시져? 반갑습니다. 가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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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호님의 댓글

김만호 작성일

  하루종일 무얼 쓸까 고민만 하다가 하루가 저무는군요....막걸리 마시고 있는데 혼자 마시고 있슴다... 조금 후 와이프 일 마치고 오면 격렬한 대화가 오고 갈겝니다...오늘 또 사고를 쳤거든요... 실험이라고 해야 할까요......... 조금 후에 실험의 글 하나 더 올릴께요..............보고 싶은데 인연이 잘 닿질 않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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