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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꽃 피게 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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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꽃 피게 한 것은 어머니 억장 무너지게 한 세월이다.한 바가지 똥 같은 세월이다. 어머니 억장 무너지시면서 똥 같은 세월 호박구덩이에 부어넣고, 호박꽃 피우시고, 붕붕 호박벌 나르게 하시고, 어머니 나를 메마른 세상에 심어 넣고, 나에게도 잘 자라라 부디 잘 자라라 노래하시며, 내 뿌리 근처 똥 같은 세월 철철 부어주시고, 구린내 진동하는 세월을 거름발로 어둠의 마디마디마다 나 호박꽃처럼 피어나고, 붕붕 똥 벌 날게 하고, 이 어둑한 골목 나를 등불처럼 피어나게 한 것은 세월의 똥바가지 만지시다 굳은 살 박힌 어머니 손이다. 조금씩 허리 굽어 가신 골다공증의 어머니 사랑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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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명절에 시집 친정을 다녀오면서 본 어머니 모습이 생각나서 인가요<br />
궂은 세월의 구덩이로 무너지면서 자식을 키워내시는 모습. 실감나네요.<br />
<br />
새해에는 더 많은 꽃 피우세요.

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이사한 이듬 해인가 호박을 심었더랬습니다. 물론 어무이가. 그런데 사람이라는 거이 따 먹을 때는 모르는데, 그 질겨진 줄기 끌어다 치우느라 한 고생했습니다. 저는 그래서 호박은 줄기채로 그냥 말라도 좋은 곳에 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양은 흙이 적고 돌이 많은 곳이라 배수는 잘되는 곳이지만, 거름이 적어서 퇴비를 사다 부어야했습니다만, 애기호박을 따서 면장갑으로 문지르는 기분은 따본 사람만이 알죠. 게다가 늙은호박을 보면, 그 펑퍼짐한 호박을 보면 안 먹어도 배부른 어떤 느낌을 갖습니다. 그래서인지 호박중탕이란 말조차 끌리더군요. <br />
-말은 다르지만 호박같은 내 어머니신데, 말일날 호박같은 우리 엄니 보러들 오쇼잉!(어디 말인지는 나도 모리것네)<br />
-김 시인의 건필과 건강도 함께 빕니다. <br />
-가뇽

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억장 무너진 어머니 세월 끝에 나 호박꽃으로 피었다가 이제는 늙은 호박 한 덩이로 남아<br />
내 어머니 안 계신 이세상에서 구린내 진동하는 어머니 품 그리워 하고 있습니다<br />
파종한 내 씨앗 구덩이에 거름 주기에 나 얼마나 성실했던가, 부지런했던가<br />
어둑한 골목 등불로 피어나길 간절히 기구하는 어미 자리에서 이 시를 접해 봅니다<br />
<br />
김왕노님의 문학도서관 서재에서 하루 서너편의 시를 접하면서 그 가없는 시맥에 묻힌<br />
詩샘을 그렇게도 왕성하게 퍼 올리시는 저력에 감탄 또 감탄하고 있습니다<br />
아무쪼록 새해에도 김시인님의 튼튼한 시추선을 풀 가동시키시어 철철 넘치는 옥시를 <br />
퍼 올리십시요. 새해 모든 소망 이루세요.<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