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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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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청미
댓글 7건 조회 2,051회 작성일 04-01-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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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아노가 되고 싶었다
나는 바이올린이 되고 싶었다
첼로도 좋지
깊은 강 영가로 흐르는 콘트라베이스도 괜찮아
그냥 공명으로 떨려 절대음으로 우는
나무가 되고 싶었다

높이 솟아오르던 내 유년의 鳶은
키가 큰 오동나무 우듬지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달이 수천 번 바다를 삼키는 동안
나는 빈 얼레를 베고
긴 잠을 잤다

생전에 내 악기의 절대음을 듣지 못하신 어머니가
안동포 숭숭한 바람을 베고 깊은 잠에 드신 어머니가
오동잎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밤에
나를 흔들어 깨우신다
얘야, 저 소리 들어봐
오동나무 침상에서 두 손을 모으시고
손 나팔을 크게 부신다

오동나무에 매달린 수천 개의 손들이
피아노를 치고 바이올린 첼로의 현을 켜고 있었네
콘트라베이스가 낮은 소리로 흐르는
깊은 강 저 편에서 박꽃같이 웃으시는 어머니
달려가도 달려가도 물안개 자욱히
길을 지운다

鳶은 멀리 가버린 것이 아니라
제 꼬리를 뜯어 오동나무가 되었다고
네가 짜준 오동나무 침상이 편하시다고
어머니는 오동나무 속으로 들어가셨다
추천1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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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님의 댓글

장종권 작성일

  작품 잘 읽었습니다.<br />
새해에는 이런 좋은 작품들이 줄줄이 쏟아져나오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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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주간님, <br />
제 글에 첫번째로 리플을 달아주셨군요. 고맙습니다<br />
주간님의 격려로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는 사선으로 중심을 잡겠습니다.<br />
새해에는 문단의 거봉으로 리토피아가 우뚝 설 것을 믿습니다<br />
주간님 건강하시고 소망하시는 일 모두 아루워지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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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현을 켜고 있었네'부분에서 어조가 달라지는 것 같은데, 통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동나무는 잘 자라기 때문에 딸을 나면 심어서 시집갈 때쯤 되면 오동나무 농을 해서 보낸다는 말을 들은 바 있습니다. 오동나무가 심장을 닮았다는 말이야, 이제 식상한 말이 되었지만 생사와 인생이 오동나무에 있군요. 그러니까, 오동나무는 근원적인/태생적인 자리로군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물러갑니다.<br />
-가뇽<br />
-김정숙 시인은 잘 지내고 있는 거죠? 단양에는 오나요? 보고잡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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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님의 댓글

장종권 작성일

  요즘 인터넷 사투리는 아주 신종 사투리라.<br />
어느 틈에 귀에 익어 간질거리기까지 하네.<br />
'보고잡어요' 보고잡어요. 보고잡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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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저두요.<br />
김정숙시인 꼭 보고잡어요. 볼 수 있는거죠? 믿을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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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작성일

  절대음 그렇군요 우리가 절대음을 찾고 있는거군요<br />
읽고 있는 책중에 언어는 신이 낳았다라는 구절이 있네요<br />
언어의 끝까지 가면 꼭 한번쯤은 아름다음을 볼 수 있을거라고<br />
생각하고 싶네요<br />
<br />
100년된 학교의 도서관에 가면 어딘지 아시지요(우리끼리의 비밀)<br />
50년전 소녀들의 대출 카드가 꼽힌 책들이 있어요<br />
참 신기한 느낌이 든답니다<br />
<br />
좋은 시 들려 주셔서 감사하구요<br />
많이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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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올 봄에는 유경희'시인님'이 유경희'선생님'으로 돌아가시겠군요.<br />
파란 크로버 동산에 네잎 크로버 행운이 줄줄이 유시인의 것이길 빌께요.<br />
건필하시고 문운을 빕니다. (비밀의정원)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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