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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군불을 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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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불을 때며
-신광철
누군가는 인생의 남은 날 중
첫날이 오늘이라고 했지요
또 누군가는 어제 저녁 눈을 감지 못하고
죽어간 사람이 간절하게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
바로 오늘이라고 했지요
영원히 살고 싶어서 세운 피라미드도
신에게 사람의 심장을 꺼내 바치던 잉카의 제단도
하늘아래 가장 긴 구조물인 만리장성도
자고 눈 비비며 일어나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뒷간에서 속을 비운 후 밥 세끼를 먹어야 하는
별 다르지 않은 오늘 하루치의 노동임을
잉카의 제단을 지나온 바람으로
키 작은 제비꽃은 피는데
오늘 분의 노동으론
힘든 삶에
군불이나 때야지요.
추천2
댓글목록

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신 선생님, 안녕하시죠?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고 건필하시길 빕니다. 좋은 시를 이렇게 올려주시니, 작품게시판이 풍부해져 좋습니다.<br />
-제겐 시가 너무 매끄러습니다. 이제 도사 다 된 듯한, 교훈적인 무엇이 좀 걸리는 걸요. 그게 그러니까 화자에게 주어진 상황은 없고, 진술만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합니다. 군불 때는 저희 집에 한 번 놀러오시죠!<br />

신광철님의 댓글
신광철 작성일
* 삶에 대한 방관자적 자세 때문에 늘 뒤편에 앉고, 저 자신의 삶 조차도 산에 올라 서울시 전체를 내려다 보는 막연함으로 삶을 대하지요. 일상의 치열함이 없지요. 헌데 그것이 저의 삶이거든요. <br />
* 불교에서는 견이라고 하던가요. 자신을 제 3자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br />
* 덕분에 길바닥이나 숲이나 아스팔트 위에서 걷다 지치면 그냥 자지요. 목적지 없이 여행을 가고 늘 그 모양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