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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글/김만호
친구여
난 오늘 구겨진 담배곽에 마지막으로 남은 담배 두개피를 바라본다
마치 불안을 보는 것처럼 눈물겹구나
지나온 날들은 바닷가 어두운 여관처럼 언제나 희미하구나
침대 시트에 누군가 저질러놓은 불륜의 흔적처럼
어제는 쾌쾌한 냄새를 풍기고
길은 언제나 바다로만 널 인도하겠지
빠져들지도 않으면서 얄밉게만 서성이는 갈매기를 넌 보고 있겠구나
창가 너머로 출렁이는 푸른 갈비뼈 같은 바다를 바라보며
가라앉는 것과
헤엄치는 것과
썩어가는 것에 대한
연민을 키우고 있겠지
네 앙상한 몰골처럼 바다도 실은 배가 고프다는 것을
그래서 두 팔 벌려 너를 안았다는 것을
네가 알 때 쯤
넌 양초처럼 가냘프게 돌아오겠지
마른 잎사귀처럼 부스러지는 나날들을 하나하나 세다가
잊을만 하면 전화하겠지
우리 뜨거운 연탄불을 앞에 두고 소주잔을 기울이겠지
지금 우리에게 남은 담배 두 개피를 만지작거리다가
너에게 건넬 것을 생각하니 또한 눈물겹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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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만호
친구여
난 오늘 구겨진 담배곽에 마지막으로 남은 담배 두개피를 바라본다
마치 불안을 보는 것처럼 눈물겹구나
지나온 날들은 바닷가 어두운 여관처럼 언제나 희미하구나
침대 시트에 누군가 저질러놓은 불륜의 흔적처럼
어제는 쾌쾌한 냄새를 풍기고
길은 언제나 바다로만 널 인도하겠지
빠져들지도 않으면서 얄밉게만 서성이는 갈매기를 넌 보고 있겠구나
창가 너머로 출렁이는 푸른 갈비뼈 같은 바다를 바라보며
가라앉는 것과
헤엄치는 것과
썩어가는 것에 대한
연민을 키우고 있겠지
네 앙상한 몰골처럼 바다도 실은 배가 고프다는 것을
그래서 두 팔 벌려 너를 안았다는 것을
네가 알 때 쯤
넌 양초처럼 가냘프게 돌아오겠지
마른 잎사귀처럼 부스러지는 나날들을 하나하나 세다가
잊을만 하면 전화하겠지
우리 뜨거운 연탄불을 앞에 두고 소주잔을 기울이겠지
지금 우리에게 남은 담배 두 개피를 만지작거리다가
너에게 건넬 것을 생각하니 또한 눈물겹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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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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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김만호 시인 반갑습니다. 2월말에 있는 3주년 리토피아 기념식에는 오나요? 얼굴을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br />
-친구에게 '눈물겹'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제게는 크게 눈물겹게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은 걸요. 눈물겹다고 말하기 보다는 눈물겨운 정황 자체가 그것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친구처럼 만나서 소주 한 잡합시다.<br />
-가뇽

김만호님의 댓글
김만호 작성일윤시인님 2월말 모임에 가능하면 참가토록 노력할 것입니다... 소주 한잔 그것참 근사하게 들리는군요... 반갑게 뵙는 날 손꼽아 기다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