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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緣起 외 1편 / 정서영 (다층 2009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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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태식
댓글 0건 조회 4,861회 작성일 09-08-2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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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緣起


한 사내가 길을 가고 있다

깃털이 길게 달린 모자를 쓰고 손에는 작은 가방과 지팡이를 들고 있다
그 사내의 모자와 가방과 지팡이는 오랜 날들 그가 지녀온 듯
사내와 흡사하게 닮아 있다
사내는 연신 머리를 움직여 모자의 깃털을 빙빙 돌리고
지팡이로는 가방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
사내는 자신의 행위에 몰입한 채 땀을 흘리고 있다
머리를 움직일 때 마다 깃털이 허공에 길을 내고 있다

나는 점점 그 사내 가까이로 다가갔다
내가 사내의 몸 속으로 들어가 가만 웅크리고
사내의 동작을 감지하는 사이 사내와 나는 한 몸이 되어갔다
사내는 나를 의식하지 못하고 나는 나를 의식하지 못했다
그때,
사내의 모자 깃털이 순식간에 구름을 가르고
그 속에서 햇빛 덩어리가 쏟아져 내렸다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그 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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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봄이다


그의 비틀림이 풀렸다는 것은
"안경 닦는 것 좀 잠간 빌려주세요." 하는 말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안경 닦는 수건을 꺼내는 순간 수건이 큭큭 웃는다 책상 위
연필도 따라 웃는다 마우스, 전화기, 호치키스가 .. 빙긋 웃는다 그가
안경만 닦고 돌아서 제 자리로 갔을 뿐인데 반짝반짝 주변 모두가
계속 웃고 있다 웃음을 전파시킨 자를 생각해보니 출근 길 집
앞에서 본 터질듯 말듯 입 다물고 있던 벚꽃 봉오리가 범인이었다 아니
그 벚나무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린 내가 주범이었다
웃음이 전염되어 모두 벚꽃이 되었다

내가 사라지니 그가 안경을 닦는다
환한 세상 그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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