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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재갈을 물다 외 1편/2009년 작가들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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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태식
댓글 0건 조회 5,126회 작성일 10-01-0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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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갈을 물다  



사내는 미처 무덤에 다 들지 못하였다

새벽잠설쳐대면서
꼿꼿힘세우는것이
어디그것뿐이더냐
새벽기운한껏받은
저꽃들도그러하니
신열들떠밤새끙끙
아침되자얼굴활짝
화들짝한번에피어
고개빳빳한빌딩들
단숨에주저앉히며
하늘향해수수만손
올린다올려서불끈
찌른다찌르니하늘
부끄럼을타시는가
얼굴샛붉어지신다
새잉태의꿈이밝다

이것은 사내가 문자로 타전한
지난 봄날 아침의 상상 메시지

지금은 겨울의 문턱을 넘지 않은
늦가을 저녁

지난 봄날 아침의 상상은
무성무성 잎을 달았던가
주렁주렁 열매를 맺었던가

사내는 재갈을 물고
지난 봄날 아침의 상상을 살피다가
화들짝 놀라 화들짝을 솎는다

화들짝을 솎은 뒤
내쳐 지난 봄날 아침의 상상 메시지를 추린다

지난 겨울의 추위는 오래도록 매서웠대도
꼿꼿 힘 세우려고 설쳐대던 동작을 멈추고
그러하니 한껏 받은 새벽 기운을 빼고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다우니
주저앉힌 고개 빳빳한 빌딩들 일으켜 세우고
일어서지 못하도록 주저앉히며를 주저앉히고

이제 올 매서울 겨울은 기억에서 사라진 불순한 오보
올리고 찌르는 수수만손은 단숨에 내리고

신열들떠밤새끙끙
새벽잠빠진저꽃들
아침되자얼굴활짝
한번에피는빌딩들
부끄럼타시는하늘
샛붉어지시는얼굴
밝으신새잉태의꿈

사내는 마침내 한 점 정물화로 앉아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지우고
지난 봄날 아침의 상상 메시지를 다시 타전한다

사내는 지레 무덤에 다 들지 아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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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자들



서산으로 가서 묵은 어둠을 불러 다시 밤을 만들고
밤의 뒤가 아침이니 아침이라 새로 짓고
잊은 듯 문득 서산에 노을이 지면
저녁아침이라 하고
아침이라 하고

안개가 짙네,
하며 보고 싶은 것은 다 보는 저,
눈빛을 무어라 하나

산에서 들판에서 강변에서
울레줄레 서는 어릿광대들을
허수아비라 하고
시인구관조라 하고
교수앵무새라 하고

안개 안 걷혔네,
하며 가고 싶은 길은 다 가는 저,
속내를 무어라 하나

산에서 곡괭이질로 도루묵을 구하리라 하고
들판에서 삽질로 붕어빵을 거두리라 하고
강변에서 가래질로 뻥튀기를 얻으리라 하고

실용적인 상상력이네,
하며 허공으로 던져 올리는 저,
헹가래를 무어라 하나

모르는 척 따라 허수아비 구관조 앵무새,
시치미를 떼며 서녘하늘을 향해
부리를 가파르게 치미는 저,
새떼들을 또 무어라 하나
새떼들의 뒷춤을 무어라 하나
뒷춤의 도깨비를 무어라 하나

온 혈에 침을 꽂고 누울
번번이 재발하는 저,
불감증을 또 무어라 하나

추천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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