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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산문. 보훈복지의료공단 사보 '가슴에 피어나는 꽃' 2호 2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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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식
댓글 0건 조회 8,008회 작성일 10-01-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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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
쓰디쓴 과정 달디단 열매


보통사람+인내 = 천재

‘1%의 영감에 99%의 노력’을 말한 에디슨이 그러했듯, 인류의 역사는 천재가 아니라 노력하는 보통사람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너무 좋은 머리와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는 불행한 운명을 살다 가기 쉽다. 그들의 머리와 가슴은 꾸준함을 견디지 못한다. 1%를 넘어버린 과도한 영감과 고양된 감성은 주인의 머리와 마음을 마구 휘저어 놓는다.
그래서 아무런 꽃도 피우지 못하고 불행 속에 사라졌기에 우리가 이름을 모르는 숱한 천재가 있으며, 다행히 세상에 반짝 업적을 남기고 이내 요절해 버렸기에 우리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억하는 천재가 몇 명 있을 뿐이다. 또, 대중과 언론은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이길 좋아하여 요절한 예술가는 일단 천재로 불리는 경향도 없지 않으니, 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요절해야 한다는 우스갯말도 나올 정도다.
그러나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인내하는 보통사람에 의해 만들어진다. 단지 우리가 그들을 존경하여 천재라고 이름 붙이는 것이니 ‘천재’란 ‘인내하는 보통사람’의 다른 말에 불과하다. 즉, ‘보통사람+인내=천재(속칭)’이다.
인간 사회는 뛰어난 머리와 고양된 감성보다는, 상식적 이성과 절제된 감성이 더 필요하다. 비상식적 이성은 히틀러 같은 인물을 세상에 나오게 하며, 절제되지 못한 감성은 그 소유자를 자살과 같은 파괴의 길로 유혹한다. 나쓰메 소세키는『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피가 머리로 치솟는 흥분(逆上)은 예술을 위해 일시적으로 필요하지만, 그 흥분이 임시가 아니라 지속적인 것이 되면 정신병원에 가게 되니, 임시의 광인이 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고 하였다. 여기서 흥분은 다른 말로 광기, 영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듯 세상의 훌륭한 문학과 예술작품은 작가의 머리와 가슴이 가장 고도로 아름답게 절제된 상태일 때 만들어진 것이다. 즉, 흥분, 광기, 영감 등으로 표현되는 1%에, 나머지 99%는 절제, 인내, 노력 등의 단어로 표현되는 행위로 채워져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다행히도 필자를 비롯한 우리 보통사람은 저마다 가진 소질에 꾸준한 인내를 덧붙이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또, 우리는 큰 재능이 없는 줄 애초부터 알고 있으니 감히 최고를 욕심내지 않는다. 자만에 빠지기 쉬운 소위 천재성보다, 겸허한 평범함은 어쩔 수 없이 부단한 인내를 채찍질하게 만드니 오히려 더욱 소중한 자질이 아닐 수 없다.

승자의 인내

그렇다면 인내란 무엇인가? 인내에도 종류가 있다고 한다. 무카이다니 타다시는 『인내』(브렌즈, 2008)에서, 인내를 ‘패자의 인내’와 ‘승자의 인내’로 구분하여 말한다. 돌풍이 불어온다고 그저 땅에 납작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 인내를 ‘패자의 인내’라고 하며, 돌풍이 불어와도 앞의 상황을 주시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해 힘을 꾸준히 축적하는 인내를 ‘승자의 인내’라고 말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시점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오랜 경제침체기였고, 다시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된 2008년의 가을은 IMF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이한 때다.
그 이후로도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으니 그 어느 때보다도 시대는 가장 큰 덕목으로 인내를 요구한다. 영어 단어로 표현하자면, 인내는 단지 ‘Endurance(고통의 견딤)’이 아니라 ‘Staying Power(힘의 축적)’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긍정적 ‘승자의 인내’인 것이다.
또, ‘계속이 힘’이라는 말이 있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소걸음으로 무언가를 해나가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 벌써 여기까지 왔나?’ 하고 스스로 놀라게 된다. 그때는 이미 자신보다 남들이 먼저 놀라며 자기를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학교 때를 돌이켜 보면 안다. 새 학년 첫 시험에 모두 열심히 공부를 하니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 그러나 다음 시험부터는 각자의 인내력에 따라 성적은 제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시작 때는 호랑이와 토끼 등이 앞을 뛰쳐나가지만 이내 도중에 그만두기도 하고 잠들기도 하니, 마지막 승자는 우직한 곰이나 소가 차지한다는 옛이야기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더구나 소는 마지막 결승에서도 쥐에게 1등을 양보하고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인내는 꼭 1등을 해야 한다는 욕심이 없이 겸허와 양보의 미덕을 갖춘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무언가를 계속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인간의 본능은 어떤 일이건 곧 질리게 한다. 그러나 풀어지려는 마음을 참고 한발 더 나아가기를 거듭하는 ‘계속’이야말로 목표 달성의 원동력이 된다. 여기서 ‘계속’이란 ‘점진(漸進)하는 인내’를 말한다.

아무개 씨의 경우
  
아무개 씨의 경우, 여러분이 참고로 취할 점이 있다. 물론 아무개 씨도 자신의 다른 분야에서는 인내하지 못하여 얻지 못한 것과 잃은 것도 많지만, 이 글의 목적상, 여기서는 여러분이 참고로 취할 부분만 부각하기로 하고 다른 것은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그는 ‘서당개 3년’을 체험으로써 믿게 되었다고 한다. 1999년 시작한 개인홈페이지에 매달 일본 소설을 하나씩 읽고 독후감 쓰기를 3년간 지속하고 나니 문예진흥원의 국고지원 우수문학사이트로 선정되었다. 한 달에 한 편 꼴에 불과했지만 3년이 되니 36개 이상의 글이 쌓여 국내 제일의 일본 문학 사이트가 되었던 것이다. 더불어 그동안의 글쓰기 훈련이 바탕이 되어 그는 문예지에 수필가로도 등단하였다.
다시 3년 후에는 그는 첫 번째 번역서를 냈고, 또 최근에 낸 첫 번째 창작서도 3년에 걸친 작업의 결과로, 이는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뽑히는 영예까지 얻었다.
그의 창작서「그와 나 사이를 걷다-망우리 비명으로 읽는 근현대 인물사」(골든에이지, 2009)는 망우리공원에 묻힌 유명인사의 이야기를 묘와 비석을 매개로 하여 묶은 책이다. 처음 그가 글을 시작했을 때는 그저 수필 한 편 정도 쓸 생각이었다고 하나, 망우리공원을 찾아갈 때마다 새로운 비석이 눈에 들어오고 새로운 인물이 발견되면서 점차 분량이 늘어나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글을 시작한 때, 그 말고도 몇몇 문인이 그와 비슷한 시도를 하는 것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남과 다른 점은 다른 이들은 몇 꼭지 정도에서 글이 끝났고, 그는 꾸준하게 3년간 거의 매주 현장을 찾아다니며 많은 자료를 취재하여 책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내용이야 어쨌든 그가 이 분야에서 이룬 성과는 순간적으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참고 계속한 결과인 것은 틀림없다. 인내의 실례로 들기에 그리 나쁘지 않다.
마지막으로 부언하지만, 그가 쌓은 위의 성과 외로, 그가 돈 버는 일의 고통을 인내하지 못한 것, 주말에 가족을 돌보지 않고 망우리공원과 도서관을 쏘다니며 가장의 역할을 인내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이 글의 성격상 여러분이 너그러이 인내해 주었으면 한다.

추천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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