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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임/위로/인천작가회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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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왕벚나무
십여 년 동안 봄이면 늘 화려하게 꽃을 피워냈다
내 몸피만한 둥치는 올해도
크고 넓은 꽃 그늘을 드리웠다
그 등에 내 등을 대고 섰다
그의 뻣뻣한 등뼈 옹골진 마디마디가
내 웅크린 등뼈를 가늠하고 있다
겨울나기에 툭툭 터진 몸통
수십 년 버티고 섰노라 땅위로 솟아오른 발등
이리저리 갈래졌을 발부리는 땅속에서
법구경法句經을 몇 번이나 더듬었을까
꽃그늘에 눈이 부셔 차라리 눈이 어둡다
박새 한 마리 알아차린 듯
가지에서 푸르르 날아간다
꽃잎 후루루 떨어진다
비로써 내쉬는 네 한숨 한 자락
거기 꽃 진자리.
나를 위로하고 있다
-인천작가회 시선집 -새들이 숨을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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