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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산취/시와시학 2010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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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취
신성한 첫길, 두통이 온다 즙을 짜던 신녀의 손에 잡힌 머리를, 빼내려고 발버둥 치는 악몽이다 숨은 차오르고 손가락의 감각이 무뎌지며, 장갑 속에 든 손은 빌려다 꽂은 것 같다 발바닥은 자주 허공을 딛는다 길 밖은 깊은 잠 속에 빠진 암벽, 음식은 넘길 수가 없다 식물처럼 몇 모금의 물로 하루를 지탱한다 초저녁에는 바람의 발자국 소리만 들렸으나, 한밤에는 거대한 발자국이 머릿속을 마구 헤집어 놓았다 기침이 나고 내 속의 찌꺼기들, 울컥 올라 온다 귓속에서는 쩡쩡 빙산이 갈라지는 소리가 달팽이관을 뱅글뱅글 돌아 들려오고, 숨쉬기가 힘들다 나는 누구인가 얼음 서걱이는 길, 심장을 동여매고 오르는 나는 누구인지, 잊는다 그가 저기 있다고 심장이 말한다 순결한 통증, 색안경을 쓰지 않아도 괜찮은, 나는 이미 설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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