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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포양주/미네르바 2010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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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춘
댓글 0건 조회 5,141회 작성일 11-12-3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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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양주*(미네르바 2010 가을호)

 

 

그날 부개역 매표소 앞, 손이 시렸지

직원은 차분히 생각하세요 생각나요 하고 묻는데

어디지, 어디라 했지

당신 안에, 나를 부었지

 

저어 회기역 주세요

구간 맨 끝, 공포가 굽은 길 위에서 나를 응시했어

나의 붉은 눈동자, 비명이 박혀 따라왔지

 

당신, 나를 안았지

 

구름 흐른 흔적이 뚜렷한 눈동자, 나 알았네

그 눈동자 내 몸 가장 낮은 곳에 걸었네

그 날의 언어는 단 하나, 눈물이었지

당신, 나를 발효 중이지.

 

 

 

*포양주-술을 담가서 사람이 술독을 안고 있으면서

그 체온으로 익힌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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