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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안개, 관계/2011 작가들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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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관계 (2011 작가들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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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억나지 않는다.
오래된 키스.
그 통정의 순간.
정선으로 가는 38번 도로.
2.
안개는 시야를 가려놓고, 곳곳에 귀를 심는다. 도로변 천막휴게소 귀퉁이에 매달린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커피가 따뜻하다. 오빠가 학교에 간 사이 마루에 앉아 라디오의 나사를 하나하나 빼냈었다. 아주아주 작은 사람들이 궁금했다. 지금은 당신을 뜯어보고 싶다. 언니 방에 걸린 거울, 그 거울의 뒤가 궁금했다. 책상에 올라가 거울의 뒤를 보았다. 지금은 당신의 이면이 보고 싶다.
3.
산이 입술을 열고 다가온다.
귀는 어떤 표정을 짓나.
계곡의 물숨 소리가 산사로 오른다.
나무들은 구멍을 만들어 새처럼 운다.
눈동자는 어떤 소리를 만드나.
물푸레나무 몸을 틀어 안개를 털어낸다.
잎들은 안개의 목줄을 사각사각 갉아 댄다.
산길에 손과 발을 푹푹 심는 동안,
등뼈를 따라 물관이 흘러넘친다.
손끝에서 가장 먼 등,
보이는 은밀함은 어떻게 가리나.
생각을 벗어 층층나무 가지에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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