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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안에서, 분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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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안에서, 분열한다
암호 체계로 만들어진 한 마리 개미 일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몸통 이
분의 일 지점이 유난히 잘록한 형태가 필수조건이며 그것을 내가 궁리
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클릭! 자기검색을 거친다 준비 끝! 더듬이를 숨
가쁘게 작동한다 빛이 점점 가득해지는 요술 같은 굴에 들어가고 있다
환호한다 그 곳에서 마음먹은 대로 그의 것을 물고 나온다 이제 어떤 대
가도 구걸할 필요가 없다 누가 나를 눈치 챈다 훈련된 육감만으로도 잽
싸게 잘록한 허리를 꺾어 분열을 시도한다 클릭! “개” “미”가 교대로 활
보한다 처음 만나는 어떤 것도 객관적일 수가 없다 어떤 의문에도 이미
짜 맞추어진 답으로 나를 구축한다 그리고 그 익명성에 추호도 떨림이
없다 어느 누구도 내가 “개미“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낯선 인기척이 Enter
를 친다 그 순간 ㄱ과 ㅐ로 분열을 한다 어떻게 된거지 강렬한 빛도, 깊은
굴도 사라진다 말라비틀어진 언어들이 풀풀 날아오르고 은폐공간이 없는
사막이다 아. 한 번 더 분열을 하자 "ㅁ" " l", 자꾸 사유가 허물어져 내리더
니 방점 같은 개체가 의심스럽다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나는 누드
상태가 되어버렸고 결국 제로 상태잖아 개의치 않는다 내일은 ㄱ ㅐ ㅁ ㅣ
가 순번 없이 무차별 포르노 집으로 성애를 훔치러 갈 작정, 그 쾌감 뒤에
또 다른 익명에 화가 난다 쥐도 새도 모르게 내 것을 물고 나가는
저놈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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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겸님의 댓글
정겸 작성일
하나의 마우스를 통하여 <br />
컴퓨터 모니터 안에서 변화하는 화면의 전개<br />
화자의 생각들이 긴장감있게 잘 이어져가고 있네요<br />
시를 이끌고 가는 힘이 너무 좋습니다.<br />
오래간만에 대하는 김시인님의 시 반갑습니다.<br />
<br />
그러나저러나<br />
몸이 편치않다고 듣고 있는데<br />
한번 가뵙지 못하고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br />
빠른 쾌차 기원합니다.

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아프시다는 말씀을 얼핏 들은 것 같은데, 그냥 범박하게 안부를 묻습니다. 이제 많이 건강해지셨으면 (살림살이를 포함해서 - 누구에게나 이것이 문제지만) 자주 뵙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할머니를 다룬 시들을(다룬다니까 이상하긴 하지만) 잘 본 편입니다. 이 시는, 본인에게 과연 맞는 시인가, 한 번 되묻고 싶어지는 어떤 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건필과 건강을 빌면서 괜히 아는 척 하나 했습니다.<br />
-가뇽

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드디어 나타나셨군요.<br />
컴퓨터 안에서 익명의 작은 개미가 되어 돌아다니다 누군가를 물고, 끝없이 자신을 감추며 분열해도 누군가의 익명성의 또 물리는...<br />
표현이 새롭고 좋습니다.<br />
<br />
그리고 김시인님의 시 "그대 묘지에 제비꽃이 " 시와 사상이 뽑은 올해의 시에 뽑히셨음을 축하합니다<br />
한턱 내세요.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김영섭 시인님, 반갑습니다.<br />
오랫만에 대하는 시도 너무 반갑고 좋습니다.<br />
앞으로 자주 뵙기를 바래봅니다.

김영섭님의 댓글
김영섭 작성일
모든 식구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합니다.<br />
특히 총무님에게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br />
송년모임에서 뵙겠습니다.

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반갑습니다. 그리고 축하 드립니다.<br />
총무님으로부터 전해 들었지요. '올해의 시'로 선정 되셨다는 소식을요.<br />
오랜만에 뵈주신 작품에서 새롭고 낯설음을 많이 느끼게 되는군요<br />
어머니의 코바늘 같은 "그대 묘지에 제비꽃"에서의 뭉클한 서정성에서<br />
기계적 가상공간에서 끊임없이 분열되는 현대인 삶의 모습을 다룬<br />
시인의 시적 주제의 변이를 보았습니다<br />
자주 좋은 작품 뵈주세요<br />
송년모임에서 꼭 뵐 수 있기를 고대 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김영섭님의 댓글
김영섭 작성일
염려 해주신 모든 식구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br />
특히 장성혜시인님에게는 무어라 할 말이 없습니다. 어제 밤에도 리플을 달았는데 사라졌습니다.<br />
이 새벽 다시 답을 올립니다.<br />
송년모임에서 뵙겠습니다.

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작성일
많이 편찮으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많이 염려가 됩니다<br />
<br />
잘 이겨내시구요<br />
<br />
시로 건져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