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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 의 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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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겸
댓글 4건 조회 1,866회 작성일 04-01-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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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배미에는 쉐르빌 아파트가 빽빽이 자라고 있다.
베란다를 통과한 햇볕은
거실 벽면에 부착된 거울에 반사되어
문 닫힌 새마을 공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녹슨 철제문에는
담쟁이덩굴이 비틀비틀 기어오르고
공장 안쪽으로 고개를 내민
며느리밥풀꽃은 빈혈에 걸린 듯
꽃망울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삐걱거리는 쇠울음에
톱니바퀴에 물리고 피대줄에 감겨서
함께 굴러가던 검정고무신의
영혼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올 것 같다
부라더 미싱의 기계음이 이명이 되어 들려온다.
30촉 알전구는 낮과 밤의 경계를 흐려 놓으며
내 누이의 손가락을 한 눈금씩
재봉틀 노루발 속으로 밀어 놓고 있다
손끝마다 샐비어꽃이 퐁퐁퐁 피어난다
푸른 웃음소리들이 깔딱거리며
바늘 핀을 따라 촘촘히 봉합되어 간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주름 잡힌 골마다 흙먼지가 쌓이며
굴곡의 흔적들을 없애고 있다

추천1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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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부의 뿌리가 아니라 가난의 뿌리군요. 그러고 보니, 굴곡마저 지워져서 고드름마저 매달지 못하는 비극의 골목이네요. 저는 슬레이트마저 들어올리는 봄기운을 따라 산책하고 싶어요. 억지 산책이라도 말이에요. 봄이 강요하는-----<br />
-헹님아가 요즘 시가 되시는 것 같아, 축하드립니다. 홧팅!!!!!<br />
-가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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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님의 댓글

김영섭 작성일

  정말 아련한 기억을 살리셨습니다.<br />
그 노루발에 제 할머니는 그 깊은 시력을 한 콤마씩 밀어넣어셨습니다.<br />
그 날 참 반가웠습니다.<br />
위 칸에서 미소짓는......윤관영시인님도 잘 지내시지요?<br />
올해 좋은 글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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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시인님이라니, 감당키 어렵습니다. 섭이 형님아도 건강 많이 좋아지셔서 돈또 마니 버시고, 좋은 시도 많이 쓰시는 한 해 되시길 희망합니다.<br />
-겸이 헹님아도, 시 될 때 많이 쓰시길 희망합니다. 사실, 저의 어떤 성실(?)도 다 성님아들의 빽(이래서그리운드가 접미사로 붙나보다) 아니겠습니까?<br />
-소운은 털고 일어나시고, 사실 시가 됐다는 건 다 털었다는 얘기가 되는 거지만,,,,,, 그 남은 찌꺼기는 만나서 술로 풉시당!!!<br />
-가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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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치매환자처럼 망각의 세월을 접으며 가는 세상<br />
富의 뿌리는 기억 저 편에서 유물도 못되는, 그저 소실점으로 사라질 뿐이죠.<br />
그러나 아직 지워지지 않은 내 안에 풍경들이 뭉클하게 눈 앞에 선합니다.<br />
단단한 구성과 유려한 시적 흐름 감동 깊었습니다<br />
정겸님, 새해 소망 다 이루시고, 좋은 시 많이 보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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