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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앞에는 밤마다 붉은 가로등이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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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앞에는 밤마다 붉은 가로등이 켜진다
손바닥 만한 하늘을 쳐다본다
오이지를 눌러 두었던 돌멩이 하나
빈 항아리 속에 드러누워
대낮이 되어도 일어나지 않는다
잔소리처럼 내려앉는 먼지를 먹고
차곡차곡 차오른 슬픔만 불룩하다
재개발 아파트가 솟아오르는 산동네
외진 골목 좁은 마당에는 종일
진한 소금물 같은 그늘이 부어진다
오래전 갈라진 시멘트 바닥에
비명처럼 가느다란 풀이 솟는다
피지도 않고 시들어버린 하루를 싣고
마름 풀잎 같은 여자가 노점에서 돌아온다
초저녁부터 절여지듯 잠이 든 후
할 일이 없는 돌멩이
붉은 야행성의 눈을 뜬다
갈 곳이 없어 곧 부서질 그 집 앞에
무너져 내리는 어둠 한 귀퉁이 떠받치려고
밤새도록 품고 있는 불빛이 묵직하다
댓글목록

정겸님의 댓글
정겸 작성일
산동네 오르는 길따라 옹기종기 붙어 있는 집들<br />
게딱지 같은 집들이지만 삶의 온기가 서려있는곳이기도 합니다.<br />
힘든 삶이라도 갈곳이 있다는것<br />
이것도 희망이라고 생각됩니다.<br />
그러나 이러한 곳도 재개발이라는 가진자의 물리적 힘에 밀려<br />
철거되어야 하고 한 가닥 작은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입니다<br />
응달진곳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계층의 삶의 모습이 <br />
독자로 하여금 잠시 생각을 하게 하는 시 입니다.<br />
감상 잘 하였습니다. ^^

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치매 안 걸리고 죽는 것이 소원이던 '십 원짜리 달' 시 이후의 최고의 절창을 보는 것 같군요. 저도 '붉은 야행성의 눈을 뜨'고 싶은 밤입니다. 시의 공간이 조금 일정하다는 것이 좀 아쉬움이지만, 거두절미, 시 좋다. 좋습니다.<br />
-가뇽

서동인님의 댓글
서동인 작성일
참말로 시 좋다. <br />
저도 이런 소재로 쓸려고 했던 시가 있는데, <br />
그만 둬야 되겠습니다. <br />
특히, 노점에서 돌아오는 '여자'에게 시선이 잠시 머물러집니다.

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오랫만에 떨리는 마음으로 글을 올렸었는데 과찬의 말씀 고맙습니다.<br />
더욱 노력하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br />
윤시인님 송년회 때 짝이랑 꼭 같이 오시고요.<br />
짝이 없는 서시인님 혼자라도 꼭 오세요.<br />
정겸 시인님 닭장 차 놔 두고 오셔야 술 마음놓고 드실 텐데요...<br />
송년회 때 뵙겠습니다.

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무너져 내리는 어둠 한 귀퉁이 떠받치고 밤을 새우는 불빛이<br />
왜 이리 절절히도 아플까요<br />
머지않아 이 시대의 블루도저는 저 불빛을 삼킬 것이고<br />
전설 속에 한 대목도 못될, 오이지독에 돌멩이 같은 묻혀질 삶,<br />
잠시 돌멩이에 내가 눌렸습니다<br />
좋은 시 한편 잘 감상했습니다<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