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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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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어가는 길은
늘 기압골의 영향을 받고 있다
어제 저녁 9시 뉴스에서
내일은 쾌청하니 우산이 필요 없다는
보도만 믿고 맨 몸으로 걸었다
오늘 아침 7시 뉴스에서는
흐리고 가끔 비가 오겠음으로 바뀌었다
거기에다 태풍 매미가
변질된 열대성 저압부에서
수증기를 잔뜩 흡입하고 있다고 한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질 것 같다
며칠 밤부터 논두렁길 황톳길 아스팔트길을
랜턴과 나침반도 없이 더듬더듬 걸어왔는데
아아, 내가 걸어가는 길은 아직도
기압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이제는 안개주의보만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삶의 언저리에 기상관측소를 세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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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이름을 참 잘 바꾸신 것 같다는 생각듭니다. 그게 그렇다면, 아마 동명이인의 시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될 지도 모르겠구요. '흡연유감'과 '길고 긴 여행'에 이어 시가, 참 좋습니다. 아마 그건 그 전 시가 나에게 주었던 어떤 경향성(편견이랄 수 있는)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저에겐 이 3편의 시가 더없이 좋습니다. 다만, 객관적 상관물이나, 그 정황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갖기 보다는 발언이 정황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조금은 듭니다. 그 경향성으로만 본다면, 지금의 시 '일기몌보'가 좀 더한 것 같구요.<br />
-좋은 시에 대한, 좋은 시이기에 투정 또한 없을 수 없기에 한 말씀입니다만, 참고 있으시기 바랍니다. 헹님아의 건필과 건승 빕니다.<br />
-꼼꼼한 댓글과 애정어린 모습, 참 좋은 느낌으로 옵니다. 감사드립니다. /가뇽

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산다는 것은 기압골의 영향 속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요.<br />
예보 없이 언제 닥칠지 모를 비바람 속을 걸어가야 하고...<br />
요즘 쓰시는 시들은 계속 맑음 이신데요...<br />
너무 좋습니다.

정겸님의 댓글
정겸 작성일
시는 독자로 하여금 단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br />
그 시의 느낌은 살아난다고 본인은 생각하네요<br />
"객관적 상관물" 참 중요하다고 생각되고요<br />
고마워요 가뇽아우님 ^^

백우선님의 댓글
백우선 작성일
정 시인, 안녕하세요? 방문과 덕담-고맙습니다. <br />
남의 시에 대해 말하기가 무척 어렵고 조심스럽습니다. 정확히 알 수 없을 때 진단 결과를 명쾌하게 밝혀야 하는 의사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이유로 이곳 글쓰기를 꺼려 왔는데, 인삿말 삼아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을 말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정겸 시인의 글에 대해서만.<br />
동시대 정치 현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다룬 <길고 긴 여행>은 특정 정치인의 표현에 있어서 유머(개그)와 시적 비유를 아슬아슬하게 오가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 각 연 끝의 뛰어난 표현이 그런 문제점을 잘 극복해주고 있습니다. <br />
삶의 권태와 관능을 묘사한 <흡연유감>은 세 편 중 가장 완성도가 높습니다. 정점을 향해 차분하게 몰고가는 시상 전개도 자연스럽고 든든합니다.<br />
앞의 두 작품에 비해 <일기예보>는 초고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적 변용이나 밀도 측면에서 더 나아가야 할 걸로 생각합니다. 처음의 진술도 너무 솔직(순진)하고요. 내숭을 떨고 끝까지 감추는 게 어떨지요? 불철저한 비극성이 내 시의 약점이기도 하지만, 이 시에도 그런 점이 있어요. 거듭되는 악천후의 진창 속에서 숨이 넘어갈 때까지(그 직전까지) 밀어부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br />
소위 유명한 의사들의 암 오진율도 60%(?)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새해 건필을 빕니다.

정겸님의 댓글
정겸 작성일
백 선생님의 고견 고맙습니다<br />
늘 제 시에대한 지적은 그 내숭을 떨고 속내 좀 감추라는지적입니다<br />
그런데 그것이 잘 안되네요<br />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

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작성일
저는요 1연은 좋은데요 2연은 조금 그렇네요 1연만으로 충분한것 같아요<br />
아니면 1연이 조금 더 자세하게 하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