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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고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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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태식
댓글 9건 조회 2,742회 작성일 03-11-2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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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남기지 말 일이다 아직 진땅이니 진땅 밟지 말 일이다 발목 잡히니 그깟 종이쪽지 한 장 애당초 맘에 두지 말 일이다 그깟 종이쪽지 한 장 때로 아침햇살처럼 신선하여 그대의 안개를 숲 가운데로 가두기도 하나 그깟 종이쪽지 한 장 밤이면 도둑고양이보다 더 빠르게 달려나와 네 활개치며 불온한 소문처럼 골목으로 스며들며 더 짙은 안개 온 마을에 퍼뜨린다 어디 파쇼의 왕국이 그렇게 쉬 무너지겠더냐 파쇼의 법률은 앉은 자리 선 자리 누운 자리 따라 수시로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 같아 낮밤없이 만취하여 싯뻘건 두 눈 부라리며 반듯하여 번듯한 군대의 줄처럼 길이란 길은 사정없이 다 먹어치운다 진땅 밟지 말 일이다 진땅 밟은 흔적 쉬 지워지지 않아 진땅 앞의 그대는 여전한 어린아이 진땅에 잡힌 발목 빼내는 것은 안개 헤치는 것보다 더 어려우리니 안개 속을 걷던 그대여 그대는 그대의 안개 속을 여전 흐르며 둥둥 떠다니고 말 일이다 이 강과 저 산의 경계에 서서 안개의 물 온 몸에 물들이고 겨울이 다 가도록 여전 비틀거리고 말 일이다 흔적 남기지 말 일이다 그깟 종이쪽지 한 장 가벼워도 날카로워 비수와 같이 날 세우고 그대의 목 치리니 아직은 애써 진땅 밟아 흔적 남기지 말 일이다

* 마르셀로 피아에이로 감독의 영화‘번트머니’에서

추천9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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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침묵 후 다시 시를 시작하는 남 시인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시도 시인의 기질처럼, 시인을 따라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 시인의 발현이겠죠. 어제, 우연하게 남 시인의 시집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참 좋은 리토피아 시집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꼬리'시 연작처럼 밝고 경쾌한, 그러면서도 단아한 형태의 남 시인 시가 좋다 여겨졌습니다. 왜, 서각의 끊어찍기처럼요. 허기사 시가 이렇게 되었으면 한다고 되는 요리가 아닙니다만, 제겐 그 호흡이, 그 형태가 그리워지는 시점입니다. <br />
-가능하면 무주에서 봅시다.<br />
-가뇽<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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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애초에 쓰려고 했던 시는 '번트머니'였는데 다시 시작하면서 '번트머니'는 제목으로만 남았습니다.<br />
엄격하게 말하면 제목으로만 남은 것은 아니지만 '번트머니'의 이야기는 사라지고 숨어버렸습니다.<br />
몇개월을 쉬고 새로 시를 쓰면서 솔직하게 쉼표를 찍을 공간을 가지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4번째 시를 쓰고 있는데 쉼표를 찍을 공간을 찾으려고 행도 잘라보고 연도 잘라보고 하지만 그렇게 하고 보면 옷걸이와 옷이 따로 놀아보여 결국은 쉼표없는 공간으로 다시 돌아오고 맙니다. 시의 내용이형태를  결정짓기도 하지만 시의 형태가 또한 시의 내용을 어느 정도 끌고 가기도 하지요.<br />
윤관영 시인의 관심 고맙습니다. 한 편 한 편 써나가다 보면 길이 여럿 보이기도 하겠지요.<br />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오늘은 두꺼운 옷들 꺼내놓았습니다. 내일 가져가려고요.<br />
토요일에 무주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무주에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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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남시인님 인사합니다. 덕분에 큰일 잘치르고 지금은 휴거중입니다. <br />
올리신 두편의 시를 읽자니 어느 시인님의 말이 떠오릅니다. 어느 순간엔 눈에 띄는 세상의 모든것들이 시로 보여서 무었을 먼저 쓸까 숨가쁘게 느껴질때가 있다구요. <br />
남 시인님이 지금 혹 그런 시기가 아니신지요, 웬지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계속 정진하시길 빌어요.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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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김정숙, 유정임 두 분 시인님의 관심 고맙습니다.<br />
김시인님께는 시집 받고서 소감도 못 전해드렸는데 무주에서 많은 이야기 나눕시다.<br />
유시인님 시가 메뚜기떼처럼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쏟아질 때도 있습니다.(있었습니다.)<br />
그러나 지금은 아니랍니다. 지금은 어거지(?)로 시를 만드는 중입니다. 어거지로 만들려고 해도 시가 내게로 오지 않으면 결국 만드는 것도 못하긴 하지만요.<br />
두 분 시인님의 건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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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작성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중에서  <br />
 시를 읽으면서 왠지 길이라는 제목이 떠 올랐습니다<br />
<br />
그리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나오는 아래의말도요<br />
<br />
글쓰기는 갈곳이 없는데도 걸음을 떼어야만 하는것<br />
카인이 길을 걸었던 것처럼<br />
어디로 나 있는지 모르는 자기앞의 길을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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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야, 유 시인, 그 말 참 좋네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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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시가 세상을 바꾸는 무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무기가 되지 않는 시는 시가 아니다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했습니다. 해서 세상이 바뀌면 시가 필요없어진다는 생각도 물론 했지요. 지금도 여전 저는 시를 쓰고, 세상이 바뀌지 않아서 아직 시를 쓴다는 생각 같은 건 이제 하지 않습니다.  시가 무엇이 된다는, 시로 무엇을 한다는 생각같은 건 이제 없습니다.<br />
제게도 이제 '글쓰기는 갈곳이 없는데도 걸음을 떼어야만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그런 건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쓸 뿐입니다. 글쓰기는 제 몸살이 마음살이의 부분이며 때로 전부입니다. <br />
겨울비도 이따금씩 꽤 소리를 내면서 쏟아지네요. 저는 문을 열지 않고 빗소리만 빗소리만 엿들으면서  비가 얼마나 오나, 언제까지 오나 궁금해 하기만 합니다.  <br />
유경희 시인님의 건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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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작성일

  제게도 시는 그냥 내가 부르는 노래입니다<br />
내가 가장 사랑하는 어떤것이기도 하구요<br />
가끔은 한 소절을<br />
가끔은 전체를<br />
때론 3절까지를<br />
때론 콧노래를<br />
<br />
지상에 시라는 것이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br />
세상은 우리가 바꾸지 않아도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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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고갱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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