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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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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겸
댓글 3건 조회 2,508회 작성일 03-12-0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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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기 화가의 퇴근길이라는 그림을 본다
검은 우산을 쓴 중년남자가
검은색 양복에 낡은 가방을 겨드랑이에 끼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생각에 젖어 걷고 있다
그림 속에서 한 남자가 복제되어 걸어 나오고
오랜 기억들이
가방 속에서 빗물을 타고 방전되고 있다

4.19동지회 간판이 붙어 있는
새나라당 김 모 국회의원 사무실을 돌아서
새마을금고 앞을 지나고 있다
저당 잡힌 내 삶이 잘 있는지 궁금하다
길 건너 유신전파상에서는
묵은 유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백담사장군보살집,
양의 피를 성수처럼 뿌려가며
광주처자의 원혼을 달래는
박수무당의 씻김굿이 한창이다
보통사람들의 호프집을 접어들어
거제도칼국수집을 지나는 순간
구둣발에 밟힌 보도블록이 오물을 왈칵 토해낸다
갑자기 보폭이 좁아지고 조심스러워진다
헛, 발을 놓으며 잠시 휘청거린다

목포식당이 있었던 자리,
버려진 의자들이 흠씬 비를 맞고 있다
잠시 의자에 앉아 본다
내 속의 저수지,
넘친 물이 둑을 질러 퍼지고 있다

추천1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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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오랫만입니다. 얼굴이사 어제그제 보았지만 시는 또 오랫만입니다.<br />
반갑습니다.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br />
건필을 빕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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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참 좋은 시군요. 자를까 말까 하던 '패랭이꽃'이란 시에 비하면, 묵직하고, 또 그로테스크하기도 합니다. 자연스런 동기에, 풀고 이입하는 지점이 불명확하면서 명확한, 화자의 모습과 진술이 적절한 시입니다. 드라이 한 것 같으나 전혀 그렇지 않은 - 메시지도 있고 또 맺는 솜씨 또한 시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헛발'을 '헛, 발'로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다만, 역사의 흐름을, 그래서 그것의 전언이 쉽게 노출되어 알고나면, 좀 허전해지는 어떤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이 시의 좋은 점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조금 아쉽다는 겁니다. '잠시 의자에 앉아보는' 그 마음, 좋습니다. 건필을 빕니다. <br />
-가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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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겸님의 댓글

정겸 작성일

  시 도 사람도 너무 미화 시킨 느낌이 드네요<br />
죄송스럽고 고맙습니다.<br />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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