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작품
무주, 그 구름 뜰
페이지 정보

본문
오래 만에 구름 뜰에 모였지 만나면 저마다 가지고 온 상처나 그리움을 펴놓고 실밥을 뜯어내거나 상처가 아물기를 기도해주는 아름다움이 우리에겐 있어 나도 걸어온 부끄러운 날을 슬그머니 내놓고 구름처럼 피어나 먼 곳으로 흘러가려면 어느 새 내 부끄러운 날에 낯익히고 하나 둘 손 잡아주었지
구름 뜰로 찾아든 어둠은 두렵지 않았지 어둠이 몰려들수록 더 좁혀 앉은 우리의 체온은 어떤 엄동도 어떤 바람도 식힐 수 없는 뜨거움이었다 밤은 그 깊은 구름 뜰까지 일찍 찾아와 잠들어라 속삭였지만 세상에서 수확해온 이야기가 등불처럼 환하고 지나가는 밤이 아쉽기만 했다 깊은 세상에서 심야전기로 물길어 올려 다시 발전하려는 발전기 소리 들려오고
따지고 보면 우리도 세상에서 피어나 구름 뜰에 모인 희디흰 구름이었다. 우리에게 유유자적하다 떠나간 구름 같은 사랑아 속살까지 적시며 가버린 여름 뜨거운 비야 구름을 닮아 정박하지 못하고 멀어진 뒷모습들아 마지막 성냥불처럼 꺼져간 이름아 우리가 구름으로 흐르면 다시 만날 수 있을 테지
우리 오래 세상을 지나왔으나 어디나 가시밭길이었다 울음 없이 바라본 풍경이 있었더냐 캔 뚜껑을 열면 내용물은 언제나 썩지 않고 출렁이는 눈물이었다 어디 쉽게 말라가 버린 눈물이 있었던가 그 어떤 위로도 우리 눈물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모두가 밤에 취해 잠든 세상 모퉁이 깨워도 잠깨지 못하는 이념과 어둠 너무 출렁여 항해를 포기해버린 세상의 모든 작은 배를 그래도 휩쓸려가지 않게 누군가 지켜보아야 하므로 하루의 노동으로 지쳐서 온 한 둘이 끄덕이며 졸지만 우리는 뜬눈으로 밤을 지나고 있었다 어둠 너무 깊어 신발을 바꿔 신고 구름 뜰 밖으로 가끔 나갔다오기도 하며
너무 넓어 지도에서도 희미한 사막이거나 가뭄으로 타들어 가는 먼 나라의 마른 입술 곁으로 시드는 꽃 곁으로 죄악으로 더럽혀져있는 도시로 언제가 한번 장대비 내리는 구름으로 흘러가자는 약속이 익어갈 때 어디 살아있었던 가 계관의 닭이
구름 뜰 안에 가득 울려 퍼지던 홰치는 그 푸른 닭 울음소리
댓글목록

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
뿌연 구름 속을 다녀온 듯한 구름 뜰 가든의 기억과 오가는 길 닭장 차의 웃음이 생각나네요. <br />
거침없이 쏟아놓의신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br />
정 겸선생님의 시를 읽고도 느낀 것이지만 닭의 머리는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혼자 오고 가는 밤길도 쓸쓸하지 않음은 정다운 웃음과 몸짓과 만남이 속 깊이 들어차 있어서였겠지요.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br />
잊으려 해도 무주에서의 시간들은 오래 가슴에 남아 흐를 것 같습니다.<br />
시 잘 읽었습니다.

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시가 무주의 기억을 복원해 내는군요. <br />
-김 시인께는 제가 선뜻 다가갈 어떤 계기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서인지 멋쩍습니다. 다만 저희 집에 들렀던 모습과 무주의 모습은 기억으로 있습니다. 잘할 자신은 없는데, '글발' 축구단에 가면 많은 도움 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br />
-가뇽

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작성일
아 그렇군요<br />
이번의 여행을 이렇게 시로 그릴수도 있는거군요<br />
대단하시네요<br />
전 머루주에 빠져 있느라 아무것도 못했는데<br />
......<br />
작고 소리 없는 것 까지도 시로 잡아내실 수 있는것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