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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저 파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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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잘 훈련된 한 마리 사나운 말로 바꾸어서 수평선을 달리게 하리라.
이제는 저 파도를 막무가내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읽지는 않으리라
몇 번 으스러져라 껴안다가, 못내 노을빛으로 부서지는 페이소스는 차라리 아름답다.
이제는 저 파도를, 내 좁은 시야 속에 출렁이게 하지는 않으리라
숱한 파도의 뜨거움에도 꿈쩍 않던 저기 갯바위, 지금 벌떡 일어나 성산포 앞바다로 단 숨에 치닫고 있다.
그래 파도야 그래서 여기는 바다다, 누구나 내 닿고 싶은 대로 달려 갈 수 있기에 여기를 바다라 한다.
사람들은 푸르디푸른 파도가 자신에게, 그 무엇에게, 꽁꽁 갇히고 말면, 마냥 바다를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꿈 속에서라도 제 몸을 빠져나와 방파제마다 하얗게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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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1행만 읽고 제목을 붙이지 못한 내 시에 제목을 붙이고 다시 들어오니 어머나, 시가 파도보다도 더 빨리 달려와 사나운 말처럼 가슴을 내리치네요.<br />
내 속에 가둔 파도, 내 속에 가둔 말, 내 속에 가둔 이미지, 내 속에 가둔 온갖 이름들 모두모두 누구나 닿고 싶은 대로 달려가는 바다로 바다로.....<br />
바다는 저 멀리 있는데 제 귓가에는 파도소리가 들리는 듯 하네요.

정겸님의 댓글
정겸 작성일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에게는 <br />
바다와 파도, <br />
말만들어도 가슴이 출렁거립니다. <br />
통상적으로 파도라는 두려움의 이미지가 <br />
저에게는 그리움의 이미지로 바뀌게 됩니다. <br />
따라서 시의 감정적 해석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됩니다. <br />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를 보니 <br />
고향 바다에 와 있는 느낌이 듭니다. <br />
건강한 하루 되시길..... 2003/12/10 <br />
<br />
<br />

윤관영님의 댓글
윤관영 작성일
-김 시인의 '파도'는 파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자 염원이군요. 참 좋습니다. 함께 바다를 보러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치닿다'는 '치닫다'의 오타인 듯해요.<br />
-여기는 산만 천지인데, 좋지만 한 아쉬움이죠. 사치같은<br />
-가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