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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령/물집/시로 여는 세상 2008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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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
싸게 준다기에 두 봉지나 사온 밤
집에 와서 보니 죄 썩은 밤
햇밤이에요 물어 보려다
장사하는 이 거짓말 시키기 싫어
그냥 받아온 밤
한 톨 밤을 다가구 주택 삼아
벌레들이 세 들어 산다
과도하나 손에 들고 밤을 깐다
맛있게 먹어 줄 식구들 생각에
두어 개만 까려 했는데 멈추어지지 않는다
한참을 까도 밤은 좀체 불어나지 않고
어느새 손에는 물집 잡힌다
사랑이란 누군가의 손에 물집 잡히는 일
말로만 입으로만 사랑할 수 없어
마음에도 물집 잡히며 참고 견뎌 내는 일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변함없는 일
억지로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그렇게 하는 일 기꺼이
생의 한 쪽을 선뜻 베어 주는 일
시로 여는 세상 2008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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