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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외ㅣ편(열린시학,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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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동은
댓글 0건 조회 3,960회 작성일 08-06-1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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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 무슨 짐승인지 몸속에서 몰려다닌다
늑골 밑으로 정강이 속으로 목줄을 타고 오르내린다
어깨를 짖누르다가 등줄기를 잡아채다가
베게에 핀 국화꽃을 짓이긴다
노란 꽃술의 향기가 발기발기 찢어진다
열꽃이 핀다
머리에 숭숭 구멍이 뚫리고 숨이 차다
잇몸이 흔들리고 살이 떨린다
몸속 회화나무 가지 부러지고
웅크리고 있던 박새
날아가려고 푸드덕 거린다
피멍이 든다
초원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말발굽소리
온몸을 짓밟는다
심장을 움켜쥐고 터져나오는 기침을 참는다
누군가, 내 머리채를 잡아당긴다
목젖을 타고 넘어오는 외마디소리
핏빛이다


      그네여자


  그 여자 오늘도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 어제 앉았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 흔들리고 있다 옆엔 시소가 있고 철봉이 있고 그녀의 단골인 쌍그
네가 있다 벗어놓은 신발이 있다 그녀는 매일 똑간은 자리에 앉아 흔들
리다 돌아간다 여자는 발끝으로 모래 위에 뭔가를 쓴다 지우고 다시 쓴
다 들고 온 인형을 모래 속에 묻는다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아파
트 꼭대기에 걸려있던 해가 빌딩 골짜기 사이로 숨는다 멀리서 아이들
부르는 소리 들린다 여자가 일어나서 그네를 민다 그네에 없는 아이가
앉아 있다 무섭다고 운다 여자는 더 세게 그네를 민다 아이는 자지러지
게 울고 우는 소리 허공 가득 흩어진다 어둠이 아이를 안고 간다 빈 그
네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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