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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외(미네르바 2008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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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태식
댓글 0건 조회 3,732회 작성일 08-08-2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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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 2008 망종, 서울

  북 두드리면 북 두드리고 장고 치면 장고 치는 사이, 말의 문이 닫힌다. 이빨 사이 낀 말들 매끄럽게 버벅거리는 사이, 천 냥 빚이 더 쌓인다. 귀 접고 오른 춤사위에 왼 춤사위로 어깨 크게 들썩이며 수직으로 뛰는 사이, 숲은 바람 일으켜 마당 휩쓴다. 얼추 마른 나락들 회오리에 감겨 휩쓸리는 사이, 함께 휩쓸려도 적들은 저마다 불룩한 자루들을 챙긴다. 언 땅 녹자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아파트와 아파트의 사이, 사랑이 가고 사랑이 울고 사랑이 울어 서울이 흠뻑 젖는다. 닫힌 말의 문 앞에서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사이, 길 가던 비가 슬금 들어와 밤새 안자고 귀를 당긴다. 역 앞 장기 투숙하던 하숙집에서 짐 꾸리는 사이, 문득 꼭꼭 숨겨 잊었던 씨나락 자루 가슴팍 도리며 터진다. 역과 하숙의 사이, 들판은 너르다 틔는 싹들 여전 푸르다. 청명 곡우 지나 소만과 하지의 사이, 망종이다, 다시,




서두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없었어라, 꽃 좋고 열매 많다 하니 꽃놀이 서둘러 나갔어라. 꽃 구경꾼 골골마다 넘쳐흐르니 봄여름가을 철 잊은 꽃들 바리바리 갈려 서둘러 피었어라. 철, 철이 뒤섞여 제 철 가늠 내던진 비도 함께 폭우로 서둘러 쏟아졌어라. 시 때 없이 물벼락 이어이어 퍼부으니 비데의 회로는 서둘러 망가졌어라. 세정 비데 건너뛰고 드디어 오고야 말 나라 김칫국물 말아 마시며 제 홀로 취해 비틀거리니, 씻지 않은 똥 서둘러 말랐어라 딱딱 서둘러 굳었어라. 꽃 피었으니 바람 어김없이 따라 일고 꽃잎 온 하늘땅에 나풀나풀 흩날리는가 했더니, 꽃은 온데간데없고 똥 가루만 서둘러 날아내려 곤두박질쳤어라. 바람 맞은 똥 가루 허둥지둥 곰삭는 사이, 바람맞이 품새보다 얕좁은 뿌리 꼿꼿 내린 꽃나무들, 한꺼번에 일어서는 경쾌한 새들의 날개 짓에 통째 뽑혀 넘어졌어라. 고양이 세수하듯 서둘러 씻고 닦은 눈 속에 열매는 애당초 씨알도 안 맺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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