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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손 외 1편 <시와 상상>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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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정임
댓글 0건 조회 5,053회 작성일 08-12-10 19:01

본문

검의 손


전철안
젊은 엄마가 띠 둘러 앞으로 앉은 아기
어미의 뒤 양팔 겨드랑이 밑으로 내민 손 두개
주먹 꼭 쥐고 쏙 내밀어도 모란꽃 봉오리 같았을,
거기 백색의 영채가 도는 두메한짝들이 버긋하다
고것들이 영절스럽게 나릿나릿 고물댈 때 마다
조팝꽃 하얗게 피어 달아난다
담쟁이덩굴 넌출대며 갈매 빛으로 지나간다
강물이 반짝이며 흘러간다
새 한 마리 빠르게 솟구친다.
문이 열릴 때마다 사람들
한 무더기 씩 들어오고 나간다
태초에 맑고 고운 생성의 소리들
그 손끝에서 들린다

젊은 아기 엄마가 전철에서 내렸다.

아!
방금 본 그것은
검님의 손이었나 보다.
고맙게 나도 우주 속에 앉아 숨을 쉬고 있다.


비린내


벚나무를 가로수로 심어
벚꽃이 길이 된 곳에
조그만 봉고트럭에 생선 몇 상자 싣고와
구름 같은 벚꽃 아래 좌판 벌리고 한 남자 서있다

꽃도 삶이 고단하면 비린내를 풍기는가
벚나무가 비린내를 확 풍긴다

비린내가 한 마리 생선 되어
그의 몸 안의 길 더듬는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는 자연스런 물의 길 아닌
아래서 위로 끌어 올려야 하는 그의 길이
신열로 벌겋게 달아올라 여기 저기
해열시키지 못한 옹이로 남아있다
벌떡벌떡 일어선 부아가 가던 길을 틀어
삭정이로 남아있다.
그래도 끝내 그의 길은 소통으로 환하다.

비로소 내 코가 제대로 뚫렸는지
벚나무 꽃길을 내 걷는데도
꽃향기 속에 숨겨진 또 다른 비린내가
연신 코를 벌름거리게 한다.

<시와상상> 200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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