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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청미/애기똥풀 외 1편/시에 200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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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
소나무 회화나무 산벚나무 빽빽하게 서서
하루 내내 산소통을 채우는
우리 동네 고구동산
산까치 비둘기 비비새의 폐활량이 크겠다
구구구- 구구구-
옥타브 하나 더 목청을 끌어올리는
산비둘기 긴 복식호흡으로 차르르르
동심원 투명하게 숲이 흔들린다
띄엄띄엄 큰 나무들 우듬지엔
불시착한 위성처럼 까치둥지들 아슬아슬하고
그 밑에 삼삼오오 까치댁들 반상회를 하는지
주억주억 곤댓짓 분주하다
멜라민 분유를 먹인 어미들처럼
새끼들 오줌통에 결석이 박힌 것처럼
종종걸음 귀동냥이 한창이다가
푸드득-
모두 흩어진 텅 빈 마당에 몽글몽글
밤새 싸놓은 새끼 똥 노란 무더기, 환하고 콤콤한 똥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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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꽃
옹달마을 산기슭
바우네 안뜰 불붙었네
칼바람 갈비뼈 틈에 끼었다가
꽃샘바람 발톱 밑에서 할딱거리다가
자명고 찢듯 허공을 뜯어내는
명자의
아리고 아린 선홍의 숨통
펑 < 펑 < 펑 <
허공이 터진다
저 캄캄했던 명자의 황홀한 자결!
바우 가슴에 명자꽃 실화(實話)가 붉었네
추천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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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님의 댓글
김영희 작성일멜라민 분유를 먹인 어미들처럼...애기똥풀 가슴을 치네요.. 허선생님 뵈어서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