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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에 매달린 인연/아름다운 인연 2009 9-10월 호/구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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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회남
댓글 0건 조회 4,864회 작성일 09-09-10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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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에 매달린 인연 <아름다운 인연 2009 9-10월 호>
구회남
  
나는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온몸으로 속도와 직선의 삶을 선택하며 살았다.  20년 전 라면을 먹어도 아이들 공부를 시켜야 한다며 잠실 2단지에 전세를 찾아 들어갔다. 그것이 송파와 맺게 된 첫 인연이다. 아이들은 초등학교나, 유치원을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보낼 수 있었고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저층 아파트 계단에 앉아 밤 깊어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문을 열어놓고 살아도 걱정이 없는 동네였다.

마침 원고청탁을 받은 시간 낯익은 이름으로 온 메일 한통을 받앗다. 내가 살았던 동네의 구청장님이 보내신 감사 메일이다. 기여한 것도 없는데 메일을 보내준 마음에서 향내가 나는 듯하였다.
어쩌면 나를 키운 팔 할은 송파가 아닐까 싶다. 그곳에서 두 아이는 잘 자랐고, 나도 문학에 입문하여 수필가와 시인으로서 시집 『하루종일 혀끝에』 한 권 상재했으니 깊은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나는 緣起라고 표현 한다. 우연으로 만나 세 번 이상 송파를 나왔다 다시 들어갔다 하였으니 필연의 관계요, 다섯 번 이상 우리는 만났으니 인연인 셈이다.

인연이란 관계를 말한다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송파와 관계를 맺어 인연인 셈이다.

  10년 전 수필을 배우던 동지들은 처음 산정에 모여 발기회를 가졌다. 나머지 인생을 위하여 준비하는 사람들이 진지했다. 그때 참여한 주부들은 현재 모두 작가가 됐다.  우연찮게 며칠 전에는 이력을 살펴보았다. 백일장과  독서경진 대회에 나갔던 기록들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동안 덮어두고 살았던 기억들 아닌가. 흘러간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그때 가졌던 문학에 대한 열정인 듯하다. 내가 살았던 송파는 어머니 자궁 같은 매트릭스였던 셈이다.

  영화 이퀄리브리엄은 ‘매트릭스는 잊어라’ 한다. 알을 깨고 나왔으면 가족이란 같이 자라나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 큰아이가 엄마한테 ‘엄마가 자라고 계시군요.’ 했을 때, 아이들이 안보는 것 같지만 부모가 아이의 자람을 지켜보듯, 아이들도 부모들이 자라는지 지켜본다는 사실이다.
올해에 시집을 묶는데 갑작스레 했다. 등단 후 3년도 안됐는데 호기심이 바닥난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엉거주춤한 상태였다. 생각보다 행동이 빠른 나는 40편 되는 詩를 가지고 감히 책을 묶겠다는 일을 진척시켜 나갔다. 적어도 60편이 돼야 한다는데, 인터넷상에 등단 전 올려놨던 떠다니는 내 글들까지 불러들였다.
시 한 편 한 편이 나의 분신 같은 소중한 인연이었다. 그동안 발표한 시들을 세상에 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내몰았다. 그리고 30편을 마구잡이로 썼다. 어찌 보면 과정보다 결과를 위하여 배앓이를 하지 않고 출산을 준비했던 것 같기도 하다. 부끄럽지만 쓰레기 같은 것에 생명을 부여했는지도 모른다.  
흩어진 감정들과 찢긴 심장들은 아름답게 포장하여 감추려 했다. 그래서인지  조각난 뼛조각들처럼 모가 난듯하였지만, 모두 성하지 못한 것을 가지고 물건 하나 만드는데 족히 기다려준 이가 내 마음의 중심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너무 늦었지만 그에게 고백하고 싶다.
“우리 가족이란 인연으로 만나 살고 있지만 나의 필기구가 되어 주어서 고맙습니다.”

가족의 인연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와 인연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고, 온종일 혀끝에는 송파사랑이 매달려 있다.

     --------아름다운 인연 9-10월 호에서 퍼옴---
  


具會男
2006년 문학나무 봄 호 수필 등단
2006년 리토피아 가을 호 시 등단
시집 <하루 종일 혀끝에>
공저 <사랑했을 뿐이다>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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