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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를 굽다가외 1편((2007, 가을호 시와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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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를 굽다가
참 오랜만이다
만 오천 원을 주고 갈치 한 마리를 샀다
물길을 잃어버린 허연 몸이 길게 누웠다
그가 달려온 은빛길을 벗겨낸다
대가리와 꼬리 내장을 뺀 그의 몸을
네 토막으로 자른다
후라이팬 위에 나란히 놓는다
노릇노릇 익는 냄새 집 안 가득 찬다
그는 이 뜨거운 후라이팬에 튀겨지려고
쉬지않고 은빛길을 달려왔으리라
두툼한 가운데 토막을 뒤적이며 생각한다
심한 몸살을 앓고 난 막내를 줄까
피곤을 달고 사는 딸을 줄까
듬직한 맏아들을, 아니 남편을
생각하다 갈치의 한쪽편이 다 타버렸다
연기와 비린내를 헤쳐 얼른 뒤집어놓고
들여다보니
후라이팬 속엔
꼬리조차 흔들 힘없이 누워있는
어머니가 보인다
거센 물살 견뎌온 억센 뼈만 남은
매 미
또 그놈이다
새벽부터 방충망에 매달려
안을 들여다보며
고래고래 힘을 주며 운다
머리며 가슴이며 배가
따로 떨어졌다가 붙었다가
아랫배가 불룩나오기도 한다
눈이 튀어나오도록
똥구멍이 빠지도록
들어갈 수 없는 수천 수백의 구멍
붙잡고
목구멍이 터져라 운다
날개가 떨어져라 운다
제 울음소리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이게 무슨 지랄이야 지랄이야
지랄이야
( 2007, 가을호 시와사람)
참 오랜만이다
만 오천 원을 주고 갈치 한 마리를 샀다
물길을 잃어버린 허연 몸이 길게 누웠다
그가 달려온 은빛길을 벗겨낸다
대가리와 꼬리 내장을 뺀 그의 몸을
네 토막으로 자른다
후라이팬 위에 나란히 놓는다
노릇노릇 익는 냄새 집 안 가득 찬다
그는 이 뜨거운 후라이팬에 튀겨지려고
쉬지않고 은빛길을 달려왔으리라
두툼한 가운데 토막을 뒤적이며 생각한다
심한 몸살을 앓고 난 막내를 줄까
피곤을 달고 사는 딸을 줄까
듬직한 맏아들을, 아니 남편을
생각하다 갈치의 한쪽편이 다 타버렸다
연기와 비린내를 헤쳐 얼른 뒤집어놓고
들여다보니
후라이팬 속엔
꼬리조차 흔들 힘없이 누워있는
어머니가 보인다
거센 물살 견뎌온 억센 뼈만 남은
매 미
또 그놈이다
새벽부터 방충망에 매달려
안을 들여다보며
고래고래 힘을 주며 운다
머리며 가슴이며 배가
따로 떨어졌다가 붙었다가
아랫배가 불룩나오기도 한다
눈이 튀어나오도록
똥구멍이 빠지도록
들어갈 수 없는 수천 수백의 구멍
붙잡고
목구멍이 터져라 운다
날개가 떨어져라 운다
제 울음소리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이게 무슨 지랄이야 지랄이야
지랄이야
( 2007, 가을호 시와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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