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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순결 지수는 외 1편(학산문학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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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성률
댓글 0건 조회 4,176회 작성일 07-10-04 20:24

본문

그대의 순결 지수는


담장 아래 누렁이 두 마리
아랫도리 내리고 교미할 때
죽도록 널 사랑한다는 말
나만 믿으라는 말 없이
어린 자식들 꼬물꼬물 잉태시킬 때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외는 스님
맨몸으로 드리는 공양 부럽다.
삭발시키지 않은 모성 기특하다.

모텔로 드나드는 자가용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낄낄거려도

어린 목숨 위해
기꺼이 제 삶 내주는 저 자비.
미소 짓는 담장 위 부처님.





못하겠다 2


하나 남은 이마저 욱신거려
짖지도 물어뜯지도 못하는
늙고 병든 개들보다
우리가 더 이 땅을
잘 지켜왔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도살을 앞둔 개들의 무고한 눈망울처럼
끔벅끔벅 죽어가는 지구 종말 시계.
우리도 한 그릇의 탕이나 전골로
기꺼이 우리를 내놓을 수 있을지
우리가 이 땅의 희망이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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