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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 cat performance(열린시학 2007 .겨울)/ 임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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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 cat performance
임효
그녀는 눈에 불을 켜고 차가운 가죽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한밤
내 닿지 않는 주파수로 수컷과의 교신을 던지느라 지쳐 구겨졌다 창백
한 섬광이 커튼을 질러와 그녀의 의식을 편집한다 테이블 위에 놓인 수
정구를 집어든 채 구슬 속으로 빨려든다 주술사가 쏟아놓는 주문을 따
라 한 남자가 튕겨져 나왔다 맹수의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으나, 한 번도
풀려난 적 없었다 발정난 수컷조차 그녀 앞에선 두려움에 질려 그만 철
퍼덕 주저앉고 만다 덥썩 주워든 수컷의 뇌수가 손가락 사이로 좌르르
빠져나간다 relax~ 그녀의 귓볼을 간지르듯 주술사의 입김이 다가선다
자, 매직카펫을 타 보겠니? 불안한 자유를 즐기던 그녀의 눈빛이 발광을
한다 매직카펫에 올라타자 그녀의 몸은 뜨기 시작한다 더 이상 애송이
따윈 쫒지 않는다 그를 위해 준비한 암내를 쏟아 버리고 발톱도 뽑아 버
렸다 어느새 오로라를 만나 안드로메다를 지날 땐 마지막으로 꽃마저
내던졌다 매직카펫에서 붉은 눈물이 쏟아진다 어디선가 유니콘이 다가
와 울부짖는다 밤마다 기다리던 수컷의 초상이었던가 주술사는 그녀를
연주한다 느리게, 점점 빠르게, 강하게, 반복! 그의 손에 맡겨진 그녀는
환상의 오르가즘에 전율한다 뎅! 새벽을 알리는 벽시계 소리에 화들짝
달아올라 그녀는 재빨리 뇌파를 거둔다 흥건한 물기가 두 손에 가득하
다 그녀의 수컷은 여전히 부재중이다 가죽소파는 그녀의 쪽잠마저 밀어
냈다 말간 수정구엔 그녀의 흔적들이 발작발작 편집되어 있다
추천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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