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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입 (현대시학 2008.1월)/구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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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입
구회남
느닷없이 검은 구덩이를 본 후
현무암에 바스러진 오른쪽 팔꿈치
시작도 하기 전에 사기 치는 일을 포기하려는데
깊이를 알 수 없는 너의 응시가
거인 키클로페스의 공포로 집요하게 다가와
나를 보는 너의 시선이 사티로스를 보는 것 같아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나는 괴물 라토미가 되어 동굴 안에서 버럭, 버럭 소리를 질러
목이 터지고 핏덩이를 쏟아내
쿠메의 시빌라를 닮고 싶어 해
이젠 컴컴한 이곳이 조금씩 편해져 와
10년 전 먹었던 공황장애에 약을 안 먹어도 될 것 같아
보이지 않던 곳이 조금 보이고 읽혀져
오래 전부터 살고, 알고 있었던 곳 같은 깊고 검은 눈
컴컴한 곳을 가르쳐 준 너는 악마가 아날지 잠깐 의심했지만
위산을 조금씩 토해내고 있으니 돌문을 닫지만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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