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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위에서(현대시학 2008. 1월)/구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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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위에서
구회남
떨어질 힘만은 늘 넉넉히 갖고 있던 터라
날이면 날마다 오르던 뒷산 토종 밤 알
나무는 나의 발바닥 지문을 읽고 있던 터라
나는 가지와 가지 사이에 콘트라베이스의 쥐스킨트가 되어 봐요
날 그냥 좀 내버려 둬요
야생의 원숭이같이 자유롭고 싶어요
가지 사이에 등을 기대고 주름을 세요
깃털을 부리로 쪼며 말리기도 하는데요
할아버지 부지깽이와 아버지의 지게 작대기를 피해 왔어요
허공에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언제든 추락할 만반의 채비를 해둬요
떨어질 힘만은 늘 넉넉하게 갖고 있던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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