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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리 꽃지붕 군락지대/<수주문학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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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리 꽃지붕 군락지대/서동인
장맛비에 휩쓸려
물가로 고개 돌린 꽃지붕들
천변에 터를 닦은 건
공공근로 아저씨의 손길이지만
집을 지은 건 원추리 스스로의 힘이다
캄캄한 땅 속 서로의 영역 넓힐 때
뒤엉킨 뿌리의 손 마주잡고
너나 없이 양보하는 법을 배웠다
줄기 자라나 꽃기둥 세울 때
창문을 만드는 바람타고 탁, 탁 쏟아지는
때늦은 봄비 못질을 거들었다
여름 햇살 문지르는 지붕들
벌떼, 나비떼 물러서면
뭉실 뭉실 물안개 밀려오지만
편히 쉬었다 가라고,
물 속 이야기나 가끔씩 들려달라고,
꽃무늬 커튼 열어 젖히는 집들
물안개도 뿌리의 손이 붙잡은
집의 일부인 것을
꽃지붕 잠긴 후에야 알았다
2007, <수주문학>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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