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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놀이/ 2008 오늘의 좋은 시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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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놀이
선지해장국이나 먹자
그때 그 집 찾아 헤매지 말고
잊혀가는 골목 한 자락에 앉아
순대도 한 접시 시키는 거야
내장도 골고루 섞어 달라고 하지 뭐
간을 치욕을 소금에 찍어 먹는 거야
너 불꽃 같은 사랑이 있었니
우리 곱게 물든 적 있었니
아픈 곳을 콕콕 찌르는 거야
버림받았던 기억 식었으면
한 번 더 펄펄 끓여달라고 하지 뭐
뚝배기 속 뻘건 기름 걷어내지 말고
이게 너다, 아니 나다 하면서
우거지 위에 둥둥 떠오르는 거야
익은 핏덩어리 툭툭 잘라 먹고
뼈를 밤새도록 고아낸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시는 거야
이빨을 쑤시며 립스틱 다시 칠하며
너나 나나 다 끝났어 잊지 않고
남은 불씨 똑똑 분질러 버리는 거야
오다가 그 단풍길을 지나더라도
다시는 가슴으로 취하지 않는 거야
<시에> (2007.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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