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작품

기록- 단풍잎이 지고 있다 연작 5편 <현대시학, 2008, 1월><4.3,60주년공동선집><제주작…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고춘옥
댓글 0건 조회 3,384회 작성일 08-03-27 13:19

본문


기록ㆍ1-단풍잎이 지고 있다


가을이 역성혁명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앞날을 예견하듯, 내 얼굴에 반점 돋듯 온몸을 비틀어 짜는 염색체 분출이다

지난날 풋 웃음도 春畵처럼 퇴색되어 오, 저런 빈 하늘에 벌겋게 나붙더니

세상은 가십거리로 발길 속에 뒤챈다



기록ㆍ2-단풍잎이 지고 있다


때로는 색깔 때문에 죄인처럼 살았다
손가락 깨물어 혈서를 써야 했다

이마에 맺힌 별



내 발등에
따뜻



..................................  <현대시학 2008.1월>



기록・3-단풍잎이 지고 있다


나일론 단풍호청이 가지 끝에 걸렸어요

-쏴 볼까, 진초록물 빠져나간 빨갱이들

나무는 새겨두었던 약속마저 지웠다.


하늘에 뭉게뭉게 솜구름이 덮였어요

-눈 감아, 이불 속에 두 귀만 숨쉬는 자

나무는 빈손을 들고 오들오들 떨었다.


나일론 단풍이불이 찢겨져 흩날려요

-다 버렷, 산사람들 등짐지고 올랐던 것

나무는 엽색행각을 아이처럼 잊었다.


.................................. <4.3, 60주년 공동선집>


기록ㆍ4-단풍잎이 지고 있다


단풍잎 지는 사이에 한 사람이 떠났다.

단풍잎 지는 사이에 또, 한 사람 떠났다.

내, 잠시 흔들리다가 옛날의 내가 다 떠나버렸다.


기록ㆍ5-단풍잎이 지고 있다


늘 푸른 종가시나무* 숲에 들어 그 키만큼 큰다고 <그대>, 꼭꼭 새끼손가락 걸고 발끝까지 세워가며 약속하듯 희망의 원리를 한참이나 읽다가 밑동에 기대어 바람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그대>, 진물 흐르는 상처로 태어난 옹이 박힌 큰 눈을 들어 저, 눈부신 햇살 아래 아, 내가 내 온몸을 내맡긴 채 후욱, 들숨으로 <그대>, 가슴 깊이 전할 때
까맣게 잊었다고 믿어왔던 내 이마를 관통하는 총성처럼 <또, 그대>, 빨갛게 입술 바르고 푸른 눈의 키 큰 남자와 눈 맞은 연예인 간통사건을 TV로 훔쳐보며 저녁밥을 먹다가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이름처럼 <또, 그대>, 내 시선과 비껴난 약간의 차이로 아, 내가 차마 눈치 채지 못한 채 휘익, 사선으로 바람불어와 <또, 그대>, 서늘히 돌아서는
가슴에 묻어두었던 붉은 별이 지고 있다


*종가시나무-참나무 과에 속하는 상록 활엽수로 키가 크고 표피가 매끄러우며 추위에 강하다. 그리스신화에서는 숲의 황제라 일컬을 만큼 짙은 그늘과 <가시>란 이름의 도토리 같은 열매가 풍성히 열린다.

.........................................<제주작가 2008, 봄>
.......전체 <제민일보 2008. 3월 29일 1면 top>

추천3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