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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회남/5월의 여왕/다층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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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여왕
거미줄 가운데 앉아 있는데
그물을 뒤집어쓴 것만 같은데
거미줄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는데
검은 사술에 묶여 있는데
다리는 여럿인데
한 다리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데
손톱으로 거미줄을 뜯어보아도 소용없는데
발톱으로 찢어봐도 끊어지지 않는데
숭숭 뚫린 수많은 구멍에도 답답한데
발을 헛디뎌도 빠지지도 못하는데
옴짝달싹 할 수가 없는데
중심을 벗어날 수 없는데
후투티를 만난 아침
일산호수공원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너
분홍색 위의 갈색의 댕기가 나의 눈길을 확 잡아끈다
푸른 잔디 위에서
풀의 냄새를 맡고
풀 위의 이슬을 마시고
풀을 툭툭 차며 걷는 너를 읽는다
비 개인 아침 무릎 뼈를 접었다 폈다
발은 허공을 향해 차보기도 하고
머리를 쭉 빼서 돌려 보기도 하는구나
머리와 부리와 검정 댕기가 정확하게 삼등분 된 자태가 곱다
검정색의 꽁지도 가지런하다
우관을 곧게 세운 것은 나를 경계 하는 탓
곧 수그러질 것이라 믿는다
믿는 다는 것은 바라는 것들의 실체
흰 배도 땅과 나무에 기댔구나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것은 다정함이다
너를 세상에서 처음 만나 바라보는 새날이 따듯하고 싱싱하다
다층 2008 봄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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