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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은/레퀴엠/현대시학 200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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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2번 버스를 탄다 기사와 나 둘 뿐이다 거울 속에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분다 벚꽃잎들 흩날려 차창에 달라붙는다 벚꽃잎은 폭설처럼 내리고 내려 버스를 다 덮는다 꽃으로 뒤덮인 영구차 안에 내가 누워있다 라디오에서 장송곡이 흘러나온다 버스는 도로에 깔린 꽃잎들을 밟으며 천천히 공동묘지를 향해간다 죽음 속이 너무나 넓고 편하다 저 낯모르는 기사는 나를 영 돌아오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고 있다 청량리를 지나 중량교를 지나 망우리를 지나 이 환한 세상 빠져나간다 꽃무덤으로 가는 길엔 신호등도 없고 정류장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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