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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는 어디 있을까요 / 장성혜('시와반시' 2008여름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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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는 어디 있을까요
장성혜
나는 당신이 해피를 찾아다니는 골목에 있어요 낙원 꽃상가 안에 있는
해피플라워에서 일해요 꽃바구니를 만들어 전국 어디든지 보내요 날마다
축 탄생 축 승진 리본이 달린 꽃들이 내 손을 떠나 누군가에게 가지요 프
러포즈용 장미 백 송이를 꽂고 돌아서서 장례식장으로 가는 국화 화환을
만들기도 해요 그럴 때는 축 사망이라고 쓰고 싶어져요
지금은 내 하루 중 가장 해피한 점심시간이에요 생선구이 백반을 먹으
러 가는 길이지요 당신이 해피를 찾는 전단이 아직도 붙어 있네요 나도 해
피를 찾아다닌 적이 있어요 발정이 나 울다가 달아나 버린 암고양이를 말
이에요 해피를 찾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길 잃은 해피를 만났지요 털이
빠지고 뼈만 앙상했어요 당신이 찾는 것과 같은 요크셔테리어였어요 내가
찾는 해피는 아니지만 해피라 불렀지요 나는 해피와 살고 싶었어요 해피를
씻기고 분홍리본을 달아 주었어요 해피는 내 손을 물어뜯었지요 가까이 가
면 으르렁거렸어요 오줌을 질금거리는 해피와 싸우기 시작했지요 해피는
밤마다 앓는 소리를 냈어요
당신이 해피를 찾아다니는 이 골목에 나는 해피를 몰래 내려놓았지요
해피는 어디로 갔을까요
('시와시학' 2008 봄호)
* '해피'는 무엇인가. 중의적인 의미로서의 해피는 고양이이며, 강아지이고, 영원히 손에 잡히지 않는, 혹은 스스로 놓아버린 행복이기도 하다. 시인은 행복을 꿈꾼다. 그러나 그 행복은 과연 어떤 행복일까. '해피는 어디 있을까요'는 독자에게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시인은 불행한지도 모른다. 문득 장례식장으로 가는 국화 화환에 축 사망이라 쓰고 싶어지는 시인의 욕망은 자신의 순응적인 삶에 대한 작은 배신이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점심시간, '당신'은 강아지 해피를 찾는다. 그것은 정말 강아지일까. 고양이일까. 결국 시인에게 해피는 스스로 내려놓아버린 행복이다. 그것은 어쩌면 영원히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달아나버린 해피, 몰래 내려놓은 해피. 스스로 해피를 내려놓기를 선택한 시인은, 끊임없이 해피를 찾아다니지만 그럴수록 해피는 희미해진다. 해피가 과연 무엇인지를 '당신'은 알고 있을까. 이제 알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유하은, 중앙대 문창과 4년)
장성혜
나는 당신이 해피를 찾아다니는 골목에 있어요 낙원 꽃상가 안에 있는
해피플라워에서 일해요 꽃바구니를 만들어 전국 어디든지 보내요 날마다
축 탄생 축 승진 리본이 달린 꽃들이 내 손을 떠나 누군가에게 가지요 프
러포즈용 장미 백 송이를 꽂고 돌아서서 장례식장으로 가는 국화 화환을
만들기도 해요 그럴 때는 축 사망이라고 쓰고 싶어져요
지금은 내 하루 중 가장 해피한 점심시간이에요 생선구이 백반을 먹으
러 가는 길이지요 당신이 해피를 찾는 전단이 아직도 붙어 있네요 나도 해
피를 찾아다닌 적이 있어요 발정이 나 울다가 달아나 버린 암고양이를 말
이에요 해피를 찾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길 잃은 해피를 만났지요 털이
빠지고 뼈만 앙상했어요 당신이 찾는 것과 같은 요크셔테리어였어요 내가
찾는 해피는 아니지만 해피라 불렀지요 나는 해피와 살고 싶었어요 해피를
씻기고 분홍리본을 달아 주었어요 해피는 내 손을 물어뜯었지요 가까이 가
면 으르렁거렸어요 오줌을 질금거리는 해피와 싸우기 시작했지요 해피는
밤마다 앓는 소리를 냈어요
당신이 해피를 찾아다니는 이 골목에 나는 해피를 몰래 내려놓았지요
해피는 어디로 갔을까요
('시와시학' 2008 봄호)
* '해피'는 무엇인가. 중의적인 의미로서의 해피는 고양이이며, 강아지이고, 영원히 손에 잡히지 않는, 혹은 스스로 놓아버린 행복이기도 하다. 시인은 행복을 꿈꾼다. 그러나 그 행복은 과연 어떤 행복일까. '해피는 어디 있을까요'는 독자에게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시인은 불행한지도 모른다. 문득 장례식장으로 가는 국화 화환에 축 사망이라 쓰고 싶어지는 시인의 욕망은 자신의 순응적인 삶에 대한 작은 배신이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점심시간, '당신'은 강아지 해피를 찾는다. 그것은 정말 강아지일까. 고양이일까. 결국 시인에게 해피는 스스로 내려놓아버린 행복이다. 그것은 어쩌면 영원히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달아나버린 해피, 몰래 내려놓은 해피. 스스로 해피를 내려놓기를 선택한 시인은, 끊임없이 해피를 찾아다니지만 그럴수록 해피는 희미해진다. 해피가 과연 무엇인지를 '당신'은 알고 있을까. 이제 알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유하은, 중앙대 문창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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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아래 '31번' 시와시학 봄호에 발표된 시 제목은 '해피는 어디로 갔을까요'로 되어 있는데,<br />
시와반시 여름호에 재수록된 시 제목은 '해피는 어디 있을까요'로 되어 있네요.<br />
어느 것이 맞나요?

장성혜님의 댓글
장성혜 작성일고마워요! 남시인님! 시와 시학에 해피는 어디 있을까요로 발표했어요. 해피는 어디로 갔을까요는 발표 후에 수정해서 올린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