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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감정이 나를(시선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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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감정이 나를
식탁에 앉아
최정례 시인의 시집 ‘레바논 감정’을 읽는다
막내아들은 제 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이 순간, 레바논 감정은 레바논 감정이고
내 감정은 내 감정이고
아들은 휴학을 하고 게임중독자가 되고
시도 안 읽히는 어두운 대낮
열흘째 계속되는 장마는
천둥과 벼락을 끌고 와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아들은 게임 속에서 계속 낄낄거리고
난 치밀어오르는 속을 꾹꾹 누르고
빗물은 TV속에서 둑을 무너뜨리고 집을 쓸어내리고
아들은 자기편이 이겼다고 낄낄거리며
막간을 이용하여 빵과 우유를 챙겨들고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고
난 잔소리를 반복하고
레바논 감정은 더 부글부글 끓고
장마는 하염없이 북상중이고
이 시는 왜 이렇게 어려운거야
난 읽은 곳을 몇 번씩 다시 읽고
아들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한 판 더하자고 내기를 하고
빗줄기는 마왕처럼 창문을 두드리고
몇 페이지인가,
“*오토바이가 커다란 화한을 싣고 가고 있었다
달려가고 있었다”를
나는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가고 있다
꽃도 없는 사막으로’ 라고 읽다가
아들놈의 굳게 잠긴 문을 쳐부술 생각으로 골똘하고
*최정례의 시 ‘달려가는 꽃나무’ 중에서
추천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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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 시뮬레이션화되어가는 세상에서 <br />
시인의 감정만 시뮬레이션되지 않고 부글부글 긇고 있는 모습...<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