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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구회남(시와 사상 2007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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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나비[INAVI]
구회남
고도 800M 백봉령에서 묵념을 하고 정선 아라리로 간다
첩첩산중
네비게이션은 낙석 주의, 급경사 주의, 내리막 주의
1km 앞의 숨어 있는 CCTV도 일러준다
한 시도 시선 떼지 않고 길을 알려준다
어디로 데리고 가시나요
너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
샛길이 지름길일까 달아나 본다
아우라지에 닿으니 공사 중
차바퀴는 흙탕물을 뒤집어 쓴다
나비는 뒤통수를 땡땡 치고
이마에는 혹 뿔이 나고 피가 철철 흐른다
피를 닦아주려는 나의 손을 매정하게 뿌리친다
나온 뿔로 닥치는 것 모두 들이박고 싶어 불끈 힘이 솟는다
가까이 오지 마라 다친다
내게 가까이 왔던 모든 것들
말을 타고 뒤로 달리는 이국 에서 본 동상 같다
아라리주막에 닿아 이별의 잔 쨍하고 부딪치려는데
닫힌 문, 술잔은 간데없고, 술병도 울지 않는다
나는 PDA에 연결된 전선을 뺀다
깜박이던 불빛 멈춘다
검고 큰 눈의 GPS 손안 가득 품어본다
GPS의 검은 눈에서 흐르는 검은 비를 맞고
내 손안의 수많은 지문들이 부풀어올라 온기로 가득하다
[시와 사상 2007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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