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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과 사탕 사이/구회남(애지 2007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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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회남
댓글 0건 조회 4,480회 작성일 07-05-2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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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과 사탕 사이
구회남  


나는 설탕이 좋아요 단물이면 그뿐
사탕은 색깔을 원해요 빨파노초남보청주홍황
같은 빨강이라도 순도 차이는 존재하죠 모양도 문제예요
네모이거나동그라미세모마름모다이아몬드 시간이 많이 걸려요



나는 단물이면 그만이죠 우두둑 깨물어 먹어요 며칠 구토가 날지도 몰라요
사탕은 흔들리는 마음으로 발코니까지 불러들이고 싶어
잠 못 들고 뒤척이지만, 나는 B형이거든요
냄새 나는 손을 내밀거나 입술부터 들이밀죠
포장도 요구하는 사탕 은박지황금빛빤짝이한지 외에도 수많은 무늬


나는 단맛이면 그만이고 청바지에 티 하나면 족해요
사탕에게 하루 두통씩의 편지를 썼어요
붙이지는 못한 임시보관함에 보관될
끝내 붙일 수 없는 편지를 쓴 것이
코만 큰 설탕이 평생 한 일이에요 감히
편지는 진실이었다고 불편함인데
내가 마지막할 수 있는 거짓이었다고
모든 시작과 과정은 게임이었다고

이제 남은 선언은 단맛이든 포장지 안이 허방이든
게임아웃이라고
땅, 땅, 땅 방망이를 내리치는 일만 남았죠
그가 긴 바바리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바퀴 달린 가방을 끌고 여행을 떠나네요
가다가 뒤를 돌아보며 오른손을 내어밀 때
나도 같은 오른 것을 내밀어
꽉 잡힌 손을 빼내는데 40년쯤 걸리지 않을까 직감해요

[애지 2007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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