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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구두를 신고 외 2편(시와 상상/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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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동인
댓글 0건 조회 4,320회 작성일 07-09-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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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구두를 신고

                           서동인


회식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구두가 없다 누군가 내 구두를 신고
가버렸다 종업원이 내민
낯선 구두 한 켤레,
가죽이 긴장했는지 바짝 움츠린다
구두도 제 주인을 알아보는 것일까?
나를 데리고 걸어갈 수 없다는
구두를 달래느라 귀가가 늦었다
다음날 출근길, 내 눈치 살피는
남의 구두를 외면하고 신발장에 놓인
아버지 구두를 신었다
신발까지 잃어버리느냐고
돌아가신 아버지 구두가 호통을 쳤다
가죽에 배인 아버지의 체취,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내 몸에 스며들어
젊은날 아버지 발자국 위에
찍히는 내 발자국
아들의 발을 감싼 구두를 벗을 때까지
사진 속의 아버지, 거실에 앉아 계셨다



가시의 추억

                             서동인


  나, 한동안 탱자나무 빽빽한 공장 울타리에 서 있었지 기계소리 얼얼한 지구전자 밤하늘 별들이 꽃잎에 내려앉으면  우주로 통하는 전화기를 만드는 손가락 가끔씩 가시로 변했어 일요일 혼자 남은 기숙사 시큼한 탱자로 소꿉놀이하던 소녀에게 그립다, 꽃편지 보냈지만 소식도 없고 개미허리 닮은 전자부품 저항을 만들던 시절, 가슴에 피어난 하얀 탱자꽃 시들어 갔어 그 가을 탱자가 익어갈 무렵 하나, 둘 뿌리 뽑혀 나가던 공장 울타리 가방을 꾸리던 가슴에 새겨진 멍자국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어

2007, <시와 상상>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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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
                          
                          서동인

  봄날 우물에 빠진 누렁이가 환생했을까 광주천변 강아지풀 파리한 입술 떨고 있다 보이지 않는 천길 물 속 노란 솜털 얼마나 바장거렸을까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비명 소리 하늘에 닿아 배고픈 다리 아래 윤회의 꿈을 꾸었지 수인번호 새기는 햇살 앞에 고개 숙인 강아지풀  굽은 등짝에 영근 풀씨 바람 속으로 날려라 극락강이면 어떻고 황룡강이면 어떠리 아랫도리 부풀려 지천으로 피고 싶은 강아지풀, 꼬리를 흔들어라

2007, <주변인과 시> 봄호
추천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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