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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는(요술거울 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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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시계가 요술 실을 뽑아
얼굴에 검은 꽃 문신을 새기네
가슴을 파먹고 손톱까지 파먹네
길을 잃어버렸나요?
미아처럼 불안한 엄마가
있네, 거울 속에
가스렌지 위 커피주전자가 까맣게 타고
냉장고 속에서 핸드폰이 울리고
옷장에서 우루루 신발들이 쏟아져 내리던
십년 전에 없는 엄마가
있네, 거울 속에
뻐꾸기 문을 열고 다섯 번 우네
아이 부러쉬로 눈 꼬리를 올리네
립 크로스는 투명하게
벽시계가 파먹은 얼굴을 파운데이션으로 씌우네
초인종이 울리기 전에
거울 속으로 들어가는
엄마,
지붕 위 구름이 했볕을 훔치는 날
거울 속에는 엄마가 둘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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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유정임 시인 도움 말 고맙습니다.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
참 열심이십니다. 허시인님 시를 접하며, 이 게시판에 침묵에 대해 감히 생각 해봅니다. 그 침묵은 분명 표현이고 언어일 겁니다. 하나는 더 이상에 말이 필요 없는 너무 쉬운 언어(평이한 것)일 것이고, 또 하나는 너무 어려운 것(너무 상징이나 표상 속으로 숨어 있거나 그 사상이 난해한) 일 것입니다. 허 시인님 시를 읽으면 참 어렵다 느껴집니다. <br />
요새 제가 잡고 있는 화두는 " 중요한 것은 표현에 기교가 아니라 그 시인의 세계관"이라는 어느 평자의 말입니다. 참 좋은 가을 입니다. 어제는 소백산 비로봉에 올랐었습니다. 그 풍광은 굳이 우리가 상을 세워 표현이란 분별이 필요 없는 한 편의 시 였습니다.

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김시인님 좋은 지적을 하셨습니다. <이 계시판의 침묵>에 대한 김시인님의 '그 침묵은 분명 표현이고 언어'란 말씀에 동의합니다. 독자와의 소통의 문제이겠는데, 저는 시인의 표현 스타일의 독자성을 생각합니다. 그것이 평자에 따라 기교라고 치부될 수도 있겠고 시적으로 미완일 때 괴변 내지 시적 무지라고 보여지겠지요. 캔버스에 뿌려진 화가의 모호한 붓 터치에 대해서 부여되는 의미, 해석은 타의 몫일 텐데, <어렵다>는 지적 새겨 듣겠습니다. 침묵하지 않으셔서 참 다행이고 고맙습니다.<br />
김시인님, 포구에서 산정에서 가을에 젖고 계시니 부럽군요. '절경은 시가 되지 않는다. 유구무언이다'라고 말한 문인수 시인의 말을 생각했습니다.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20년 함께 살고있는 어머니에 대하여, <br />
앞으로 20년이나 30년쯤 뒤... 나도 허선생님처럼 <br />
말할 수 있을까요. 나도 요술거울로 흐릿하게<br />
어머니를 비추어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