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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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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할 일은 없는데 꽃 좋고 열매 많다 하니 꽃놀이 서둘러 나간다. 꽃 구경꾼 골골마다 넘쳐흐르니 봄여름가을 철 잊은 꽃들 바리바리 갈려 서둘러 핀다. 철, 철 이 뒤섞여 제 철 가늠 내던진 비도 함께 폭우로 서둘러 쏟아진다. 시 때 없이 물벼락 이어이어 퍼부으니 비데의 회로는 서둘러 망가진다. 세정 비데 건너뛰고 드디어 오고야 말 나라 김칫국물 말아 마시며 제 홀로 취해 비틀거리니, 씻지 않은 똥 서둘러 마른다 딱딱 서둘러 굳는다. 꽃 피었으니 바람 어김없이 따라 일고 꽃잎 온 하늘땅에 나풀나풀 흩날린다, 하렸더니 꽃은 온데간데없고 똥 가루만 서둘러 날아내려 곤두박질친다. 바람 맞은 똥 가루 허둥지둥 곰삭는 사이, 바람맞이 품새보다 얕좁은 뿌리 꼿꼿 내린 꽃나무들, 한꺼번에 일어서는 경쾌한 새들의 날개 짓에 통째 뽑혀 넘어진다. 고양이 세수하듯 서둘러 씻고 닦은 눈 속에 열매는 애당초 씨알도 안 맺힌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없었어라, 꽃 좋고 열매 많다 하니 꽃놀이 서둘러 나갔어라, 꽃 구경꾼 골골마다 넘쳐흐르니 봄여름가을 철 잊은 꽃들 바리바리 갈려 서둘러 피었어라, 철, 철이 뒤섞여 제 철 가늠 내던진 비도 함께 폭우로 서둘러 쏟아졌어라, 시 때 없이 물벼락 이어이어 퍼부으니 비데의 회로는 서둘러 망가졌어라, 세정 비데 건너뛰고 드디어 오고야 말 나라 김칫국물 말아 마시며 제 홀로 취해 비틀거리니, 씻지 않은 똥 서둘러 말랐어라 딱딱 서둘러 굳었어라, 꽃 피었으니 바람 어김없이 따라 일고 꽃잎 온 하늘땅에 나풀나풀 흩날리는가 했더니, 꽃은 온데간데없고 똥 가루만 서둘러 날아내려 곤두박질쳤어라, 바람 맞은 똥 가루 허둥지둥 곰삭는 사이 바람맞이 품새보다 얕좁은 뿌리 꼿꼿 내린 꽃나무들, 한꺼번에 일어서는 경쾌한 새들의 날개 짓에 통째 뽑혀 넘어졌어라, 고양이 세수하듯 서둘러 씻고 닦은 눈 속에 열매는 애당초 씨알도 안맺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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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오랜 침묵끝에 나오는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 지시는가 봅니다. 너무 줄줄이 이어붙는 바람에 어디 끼어들 틈이 없네요. 행갈이를 하면 좀 여백이 보일까요?

허청미님의 댓글
허청미 작성일
남 시인님,<br />
서두루지 않고 꼼꼼이 짚어보는데<br />
시인이 쏟아 붓는 폭우 물벼락 세풍에 흔들려 혼돈에 빠졌습니다^^<br />
그래요, '제철'이라는 단어가 무색한 요즘 세태라는 거 공감합니다<br />
영주에서 시인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좋은 말씀 청해 듣겠습니다.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애초부터 '소리'를 염두에 두고 술어('었어라')를 잡았고요, '소리'를 염두에 두다보니 속도를 높였고, 속도를 높이니 이젠 리듬이 저 혼자 서둘러 막, 나가버렸네요. <br />
한 동안 숨 쉴 틈이 없도록 (의도적으로) 시를 썼는데요, 최근에 숨 좀 쉬면서 시가 읽히도록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 또 혼자 리듬에 취해 여백이 없는 시가 나와버렸네요.<br />
유정임 시인 말씀대로 행갈이를 해봤는데, 애초 행갈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쓴 시라서 그런지 맛이 전혀 안나네요. 해서 술어를 현재형으로 바꾸어봤습니다. 제 보기에는 술어를 바꾼 것만으로도 여백은 좀 살아난 것 같기도 한데 어떠신지요?<br />
바꾼 뒤 원래 올려놓았던 시를 삭제하지 않고 아래에 그대로 둡니다. 의견 올려주세요.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어미를 현재형 다로 고치면 내용의 술어들도 좀 쳐내야하겠지요. 그런데 여백없이 줄줄이 내 뱉아놓은 남시인님이고 보면 어느것 하나 줄일수 있는 여백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어미가 다로 끝나는것보다는 처음대로 '어라'가 훨 낳은것 같습니다. 단지 죽 읽다보면 '하렷더니'라는 말이 자꾸 걸리는데 그말은 없어도 되지 않을까요?<br />
남시인님, 반갑습니다. 오뉴월 개도 안걸린다는 감기를 두내외가 서로 마주보며 앓느라고 영주 못해려갔습니다.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고맙습니다. '하렸더니'를 없애고 바꾸었습니다. <br />
빨리 감기 나으시길 빕니다. 건강, 건필하시기를.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 <br />
물 흐르듯 시간과 풍경이 내 몸을 스쳐지나가네요.<br />
감각적으루다가...... <br />
(참, 지지난 주에 울진에 갔다가 전화혔는데<br />
핸드폰 전화가 바꼈다더라... 으히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