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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호미를 찾아 텃밭으로 나간다 물기 옆에만 자란다는 토란들도 찌글찌글 영 될 성싶지 않더니 웃자라 제법 폼이 난다 한 철 장마를 지나고 나니 밭이 확 달라졌다
지겹게 내리던 비. 빗줄기에 파이고 휘고 종내는 털푸덕 주저앉아서 '까짓 거 될 대로 되라' 견뎌야만 하던 긴 터널
나도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처음에는 무엇을 시작해 얼마간 겨우 매달리다 바짝 고바우 길에서는 사투하듯 휘 돌이에 젖어야 했다 그러고 나면 훌~쩍 다른 세상에 와 있었다
아픈 허리를 펴며 먼발치 맑아진 소백산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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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회장님, 울안에 텃밭있다 하시더니 망중한이십니다. 장마통에 풀자라듯이 그렇게 웃자랄 것이라도<br />
있으면 싶습니다. 이여름 지나고 바람 서늘해 토란을 캐시면서는 또 무슨 생을 논하실려는지요.<br />
회장님의 근황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이제 비는 그쳤습니다. <br />
양서류의 한 종이어서, 볕에서는 <br />
버썩버썩 말라비틀어지는 고민감성 피부를 가진 나도 <br />
이제는 땅속이나 그늘로 숨어들어<br />
다음 장마를 기다려야겠지요. <br />
엉터리 농사꾼(?)처럼......<br />
<br />
자꾸 막막해집니다. <br />
사는 것, 다시 비를 기다리는 것도 그렇고<br />
비에 젖는 것. 꿈꾸는 것. 생명을 수정하고 잉태하는 것<br />
...... 것들이, 내 삶의 한 때, 언제 있기나 있었던 일일까, <br />
자꾸 갸웃거려집니다. 훌쩍 토란 만큼 자라 <br />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어쩌면... 토란도<br />
재크의 콩나무처럼 자꾸자꾸 자라서, <br />
구름위까지, 다른 세상까지 자랄 수 있을까요.

김영희님의 댓글
김영희 작성일뵈어서 반가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