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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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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어 나무들 틈으로
하늘 휘휘 흔들리는 걸 보면서
나는 숲에 누워 있었다.
움직이지 않으니 비로소
움직이는 것들이 보여졌다.
제 살결을 문질러 나직한 떨림을 일어내는 풀잎들이
어떻게 제 씨알을 수정 하는지, 바람소리로
허물을 남겨둘 자리를 찾아내는 벌레들이
제 눈을 얼마나 밝게 열어두고 있는지 보았다.
나는 어느결 잠이 들었다. 짐승들은 천천히
내 잠이 일렁이지 않게 비껴갔지만
사각사각 풀입스치는 소리로
나는 저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더 나직한 숨소리와
더 찬찬히 움직이는 것들 틈으로
숲의 입김은 스스로 다가와
나에게 입맞추었다.
내가 움직이지 않을 때에만
누구에게든 나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내가 꿈꾸도록 허락하는 저 입맞춤으로
내 각질의 허물은 어느새 말라
은빛으로 만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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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
움직이지 않으니 비로소 <br />
움직이는 것들이 보여졌다.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움직이지 않으니 비로소 움직이는 것들을 볼수 있을 만큼의 여유와 다스림이 부럽습니다.<br />
잘 계시죠?

김재성님의 댓글
김재성 작성일
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br />
오래 뵙지 못해서 죄스럽네요. 직장을 옮기고나서<br />
왜 그렇게 정신이 없는지.... 안녕하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