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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외출

           유 정 임

벚나무 잎새 하나 주어다 식탁 유리 밑에 끼워 넣었다
그가 물고기가 되어 헤엄을 친다
회색 아파트단지 안에 살면서
물밑에 세상을 꿈꾸었섰나
오색의 비늘을 반짝이며
아가미도 부래도 지느러미도 없는 그가
물결을 따라 가고 있다

외출에서 돌아 온 걸까
유리 밑에 그가 있다
통통하던 배는 납작해 버석거리고
비늘은 검게 퇴색되었다
여기 저기 생긴 검은 반점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몸둥이
무엇을 보고 온 걸까

영혼을 다 주고 온 그의 마지막 외출!












눈감고 사는 사람들의 둥지 속


어서오세요, 필요이상의 높은 톤이다
현관에 발을 들여놓자
그 남자 소리에
그 집에 모든 물건들이 오감이 살아난 듯
팽팽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남자는 침을 맞으러온 남편을 데리고 침방으로 들어가고
옆에 섰던 부인은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자기 방안으로 들어갔다
난 혼자 오도마니 거실에 남겨졌다.
방안에 앉아 등을 보이고 있는 부인은 미동도 않는다
갑자기 찾아온 적막 속에 내가 서성이자
에어콘, 냉장고 김치냉장고 전기밥솥, 설거지통 수세미 퐁퐁
밥그릇 국그릇 커피잔 쥬스잔
한 치의 틈도 없이 가지런한 그들이 수런거린다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구, 이렇게 자리 잡기까지)
어떤 것에든 손만 대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대들 것 같다.

유일하게 눈 뜬 달력이
지난달 날자를 줄줄이 달고
벽에 매달려 있다
난 그 속에 들어가 천천히 나를 넘겼다


애지 2007년 봄호

추천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