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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랑은 언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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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날 꽃놀이 갔다 마을 벗어나 몇 고개 넘어 계곡으로 가는 발걸음 가벼웠다 이제 막 피돌기 시작한 꽃망울과 새순 향기 김칫국물 말아 마시며 폭포수 떨어지던 절벽 아래 얼음마당에 올라 춤을 추었다
저 얼음은 언제부터 살얼음 되어
발목 낚아채었을까 봄 향기에 취해 손에 손 잡고 둥글둥글 돌려라 돌리는 춤은 신명이 올랐다 얼음마당에서는 햇살의 부드러움도 무기가 되는가 마당 한 귀퉁이 푹 꺼졌다 어정쩡 물오른 신명 함께 꺼졌다
저 안개는 언제부터 비안개 되어
온 산에 너울 덮씌웠을까 가라앉는 얼음구멍 안개처럼 아뜩했다 산 밑에 머물던 안개 서서히 올라 산을 씹었다 뱉았다 하며 오르락내리락 하더니 마침내 온 산 휘감았다 안개에도 길은 있는가
저 구름은 언제부터 먹구름 되어
하늘 내려앉혔을까 물 안 바위 발판 삼아 호흡 가다듬으며 안개에도 길 있겠지 눈 부릅뜨는데 구름까지 업은 안개 득달같이 달려와 어렴풋 보이던 길마저 다 삼켜 내미는 장대들 보이지 않았다
저 비는 언제부터 장대비 되어
지구 반 바퀴나 돌아섰을까 그렇다 그렇다 오랫동안 맞장구쳤는데 비는 어느 사이 돌아서서 안개 속에서도 길 찾아 와와와 환호하며 박수 치는가 폭포수 떨어지던 소의 중심으로 가라가라 두려워마라 설레발인가
저 안개와 구름과 비는 언제부터 한 몸이 되어
이 봄날 다 삼켰을까 선진화 꽃밭 환하게 열렸다 소의 중심으로 가서 이제 대신 폭포수 되어 날아오르라 박장대소하는데 소용돌이 속으로 장밋빛 언뜻 보이기도 했던가 발판 미끈둥미끈둥했다
저 사랑은 언제부터
입술 얼음처럼 두꺼워졌을까 미련 남아 내미는 입술에 우수수 못들 쏟아져 부풀었다 곧 얼음구멍 닫히고 소의 중심으로 가는 회오리에 감겼다 올려다보는 얼음판 밀며 누르는 손바닥에 선명했어야 할 못 자욱 매끈했다
이른 봄날, 꽃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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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승기님의 댓글
김승기 작성일남시인, 집중조명 축하합니다.

유정임님의 댓글
유정임 작성일
남시인님, 집중조명 저도 축하드립니다. 아직 시는 못읽어 봤지만요. 오늘 책을 받았습니다.<br />
그런데 목차를 보다 깜짝 놀랐어요. 왜 놀랐는지는 남시인님도 아시죠?<br />
작품 꼼꼼이 읽어보겠습니다.

남태식님의 댓글
남태식 작성일
금요일까지 천안교육원에 있다가 오늘 광주에 들러 망월동묘지에서 오전 내내 머무르다가 오후에 광주를 출발해서 지금 막 집으로 왔습니다.<br />
김승기 시인님, 유정임 시인님, 고맙습니다.<br />
그런데 아직 책을 보지 않아서 목차를 보고 유 시인님께서 놀란 이유 모르겠네요. 뭐죠?

김지연님의 댓글
김지연 작성일남시인님 집중조명 작품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글이 어려워서 전 아직 잘 모르겠어요. 권을 포기하다는 지난번 합평을 한 작품이라 좀 이해가 가는데. 좋은시 좋은평 마니마니 올려주시구요.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홧팅.